상황 1. 숟가락 떨어뜨리는 아이
자 숟가락 여기 있어
툭
떨어뜨렸네~ 자 여기 있다
툭
또 떨어뜨렸네. 이제 엄마가 갖고 있을꼐
으앙~~~!
이유식을 하는 시기,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셨을 상황이지요? ^^
무엇이든 손에 쥐어주면 떨어뜨려버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
처음 한두번은 다시 주어서 손에 쥐어주었지만 서너번 반복되면 서서히 엄마 머리에는 스팀이 차오르게 되고 말지요. 이제 안주워준다고 얘기하고 물건을 주워주지 않으면 바로 울어버려 어쩔 수 없이 물건을 주워주면 1초만에 또 떨어뜨리는 아이.
정말 똥개훈련도 이런 똥개훈련이 없지요. 이런 상황에서 젖먹이 아이 앞에서 소리 한번 안질러본 엄마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상대는 젖먹이 아이. 하지만 엄마의 인격과 자존감은 무너진 상황.
소리 한 번 빽 지르고 다시 떨어뜨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 후 숟가락을 손에 쥐어주면 1초만에 또 떨어뜨리고 떨어진 곳을 쳐다보는 아이. ^^
상황 2. 밖에 나가기만 하면 안아달라고 우는 아이
집에서는 하루종일 걷지도 않고 뛰어다니는 에너자이저, 왜 밖에만 나가면 안아달라고 우는 걸까요? 엄마 먼저 간다~ 하며 협박하고 먼저 걸어가버리면 아이가 울면서라도 따라오겠지.. 싶지만 아이는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듯 악을 쓰며 울며불며 '안아'를 외치고 있지요. 아이는 왜 밖에만 나가면 걸으려고 하지 않는걸까요?
상황 3. 낮잠도 안자고 하루종일 징징거리며 2시간 넘게 떼쓰는 아이
오늘따라 얘는 왜 낮잠도 안자고 계속 울고불고 다 싫다는 건지.. 아무리 비위를 맞춰보려고 어르고 달래고 혼내도 보지만 아이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초보엄마는 온갖 방법을 다 써봐도 아이를 달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 앞에 좌절합니다. 결국 지가 울만큼 다 울고 나서 지쳐서 잠들어 버리는 아이. 잠든 아이를 보면서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몰려옵니다. 내가 뭔가 아이에게 잘 못맞춰줘서 아이가 이렇게 괴로워하다가 쓰러져 잠들었다는 자괴감이 밀려옵니다.
제가 제시해드린 상황 3개를 읽어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한줄한줄 읽으시는 동안 감정이입이 되시면서 함께 그때의 화가 떠오르시는 분도 계실거고, 도대체 왜 그랬던걸까? 그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것입니다.
위의 3가지 상황의 공통점은 바로 말문이 터지기 전, 넉넉하게 잡아도 36개월 이전의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패턴들이란 사실입니다. 아직 36개월 이전의 아기를 키우고 계신다고요? 걱정마세요. 당신의 아이는 곧 '인간'이 될 것입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이젠 도저히 이해불가한 특이한 행동들을 하는 횟수가 차차 줄어들 것입니다.
각 상황별로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설명해드리고 솔루션을 제시해드릴게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아이를 키울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해드리고 싶습니다.
상황 1. 숟가락 떨어뜨리는 아이
원인 : 중력낙하실험에 대한 호기심
엄마인 나를 똥개훈련시키고 싶어서, 내 반응을 살피고 싶어서, 나를 놀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자꾸 주워달라고 우는 것은 본인이 스스로 줍지 못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신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엄마에게 징징거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훈육이나 설명, 설득으로 아이의 행동을 멈출 수 없습니다. 아이는 계속해서 물건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대처방법 : 모든 아이가 그 시기가 되면 같은 행동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인지합니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것입니다. '우리 아이만 유별나게 나한테 이러는 것이 아님'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 아이의 발달 과정 상에서 필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 것에 대해 이해하고 오히려 좀 더 적극적으로 중력낙하실험을 놀이로 승화시켜 놀아줍니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아이는 떨어뜨리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아이를 상대로 혼을 내거나 화를 내서 굴복시키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아이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합니다. 상대는 젖먹이입니다.
상황 2. 밖에 나가기만 하면 안아달라고 우는 아이
원인 : 협소한 공간지각력
아이는 아이 키만한 눈높이에서 세상을 인지합니다. 아이의 시야는 성인보다 훨씬 좁습니다. 아이 때 느끼는 집의 크기와, 성인이 된 후 느끼는 집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매우 다릅니다. 제가 3살 때 느꼈던 30평대 아파트 저희집의 크기는 지금의 50평대 아파트만큼 정도의 규모였습니다. 아이가 느끼는 공간인지와 어른이 인지하는 공간인지는 천치차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집안에서 뛰어다니는 것입니다. 자기가 보기에는 집이 너무 넓어보여서, 걸어서는 원하는 곳으로 빨리갈 수 없겠다는 나름의 계산 때문이지요. 뛰는 것이 좋아서 뛰어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아이는 '집'이라는 공간 자체도 넓고 크게 인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갈 경우 그 공간이 무한히 확장된 드넓은 평원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자기의 체력으로는 도저히 이 넓고 한없이 펼쳐진 길을 전부 걸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위협을 느낍니다. 공간지각력에서 오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넓고 큰 길과 자신의 걷기 능력을 저울질해봤을 때 '할 수 없겠다'라는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안아달라고 SOS 요청을 하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이유로, 집에서 잠깐잠깐씩 몇발작 걷는 것과, 밖에 외출해서 5분 이상 계속 걷는 것은 체력소모 속도 자체가 다릅니다. 아이는 정말, 실제로 '다리가 아픈 것'입니다. 엄마 생각으로는 '집에서는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점프하고 돌아다니면서 왜 밖에서는 1-2분 만에 다리아프다고 그러는거야? 거짓말일거야.'라고 느끼시겠지만 실제로 아이는 다리가 아픕니다. 성인들도 30분 정도 계속해서 걷는 것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지만 오래달리기를 해보라고 하면 3분 이상 뛰는 것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입니다. 엄마의 걷는 속도에 발맞춰 바깥을 걸어다니는 것은 아이에게는 반정도는 뛰는 것과 마찬가지의 속도입니다. 실제로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찬 것입니다. 엄마에게 안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대처방법 : 아이를 계속 안고 다닐 자신이 없으시면 만 세돌까지는 유모차를 가지고 외출하세요. 유모차를 가지고 외출할만한 상황이 아니시라면 10발자국씩만 앞으로 전진해나가면서 아이가 충분히 할만하겠다 싶은 거리만 짧게짧게 걷게 해주세요. 시간이 급하거나 해서 그것도 안되시면 결국 안아주시는 겁니다. ㅠㅠ 제가 아이를 5년 동안 키워본 결과, 아이가 16키로 정도 될때까지는 엄마들이 안을 수 있더라고요. 아이의 체중이 서서히 자람에 따라 엄마의 팔근육도 서서히 강해지더라고요.
상황 3. 낮잠도 안자고 하루종일 징징거리며 2시간 넘게 떼쓰는 아이
원인 : 생체리듬이 변화하는 시기
신생아 때에는 하루에 5번도 넘게 낮잠을 자던 아이가 4살 정도가 되면 낮잠을 안자는 페이스로 바뀝니다. 어느날 갑자기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조금씩 변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서서히 변하던 신체리듬이 18개월 정도가 되면 급격히 변하게 됩니다. 최소한 하루에 2번씩 자던 낮잠을 하루 1회로 줄이게 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입니다.
잠을 재우는 것은 우리 몸의 호르몬이 하는 일인데, 아이 몸의 호르몬이 급격하게 변화하다보니 '짜증'이 유발되는 것입니다. 아이는 졸린듯 졸리지 않은 이 특이한 신체 상태가 낯섭니다. 말로 표현하고 싶어도 표현이 안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체증상일 뿐더러, 아직 말이 터지지도 않아서 말도 못합니다. 체력은 떨어졌는데 졸리지는 않은 이상한 신체의 변화를 올곧이 느끼면서 짜증이 폭발하게 됩니다.
결코 엄마에게 불만이 있어서, 엄마가 자기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서, 나쁜 아이라서, 짜증이 많은 신경질쟁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대처방법 : 온몸으로 받아줍니다. 너 힘들구나, 불쌍한 내새끼 모드로 아이를 어루만져 줍니다. 매일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다 하루씩 가끔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리 인지하고 준비하고 있다가 이런 상황을 맞이하면 마음이 조금 편합니다. 오히려 애가 짠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 자라느라고, 성장하느라고 겪는 과정입니다. 우리 아이만 나한테 유별나게 이러는 것이 아님을 아는 순간, 초보엄마로서의 불안은 많이 누그러질 것입니다.
위의 3가지 상황은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난감했던 상황 베스트 3를 뽑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아이와 제가 코드가 안맞는 경우는 부지기수로 발생합니다. 아이는 말로 표현할 능력이 부족하니, 행동으로 표현하는데, 엄마는 아이의 행동이 이야기하는 바를 눈치채는데 아직 둔합니다. 아이의 행동이 뜻하는 바를 미리 캐치하고 대처만 해도 아이가 울거나 짜증을 폭발시키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데, 엄마는 아직 미숙합니다. 미숙한 상황에서 당황이 오면 처음에는 어쩔 줄 모르다가 나중에는 화가 나고 폭발하게 됩니다. 사람은 원치 않는 상황에 처하면 그 낯설음 때문에 분노가 발생하게 되거든요. 아이는 엄마를 화나게 하려고 한 행동이 아닌데, 결과적으로 엄마의 화를 유발하고 맙니다.
아이와 지내시면서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내가 화가 날때 한번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내가 지금 아이의 행동에서 캐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아이의 행동을 다시 한번 찬찬히 복기해보시면서 내가 놓쳤던 부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하시는 동안 순간적으로 욱했던 감정이 사그라들면서 아이를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내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여담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시댁은 나무로 지은 집입니다. 아이가 어느날 할머니집에 놀러가서 이집은 뭘로 지었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나무로 지었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이는 '왜 나무로 지었어요?'하고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나무로 지으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서 좋다'고 대답해주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또 '그런데 왜 나무로 지었어요?'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나무로 지어서 겨울에 따뜻하지~'하고 또 대답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또 '그런데 왜 나무로 지었어요?'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지켜보던 저는 일단 화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구요. 그런데 할머니는 몇번이고 같은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정말 계속 '그런데 왜 나무로 지었어요?'하고 또 묻자, 저는 순간 화가나기보다 그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왜 자꾸 같은 것을 물을까? 그냥 '왜왜 하는 시기'라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갑자기 문득 떠오른 정답!
바로 아이는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 둘째 돼지가 나무로 지은집이 약해서 늑대에게 당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무집은 약해서 망치로 부시면 다 부서지는데 왜 나무로 지은걸까? 그게 계속 궁금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기 돼지 삼형제' 때문에 묻는거야? 하니까.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ㅋㅋㅋㅋㅋ
나무로 지은 집이 약한데 왜 할머니는 약한집에서 사느냐, 그걸 묻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무로 지었지만 아주 튼튼하게 지었기 때문에 벽돌만큼 단단하다고, 요즘에는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나무집도 튼튼하게 지을 수 있다고 대답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더이상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그저 '왜왜 하고 묻는 것이 재미있어서 어른을 놀린다'고 느끼는 것은 전적으로 어른의 입장입니다. 아이는 진지하게 묻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표현이 서툴러서 자기 질문의 함축적 의미를 풀어내지 못했던 것 뿐이었지요.
'너 자꾸 똑같은거 계속 물을래?'하고 혼을 냈다면 아이는 본의 아니게 혼도 나고 자존심에 상처도 입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무엇이든 궁금할 때 질문하는 것을 주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운좋게 제가 아이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고 적절한 대답을 찾아주었기에 아이는 그런 부정적인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지요.
각 가정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종종 발생할 것입니다. 아이에게 화가 나는 순간, 분노를 잠시 멈추고 아이의 행동을 먼저 읽어보세요. 왜 그랬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면 30%의 확률로 그 해답이 보일 것입니다. 70%는 저도 잘 몰라요 ㅋㅋ 저 역시 실수투성이 초보엄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