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안키 7편] 동일한 행동을 다른 집 아이가 했다면

by 스윗제니

일주일 동안의 짧은 유치원 방학 기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전업맘인 저는 아이를 집에 데리고 있어도 되기 때문에 별 문제 없지만 준이 같은 반 친구 엄마 중에 워킹맘이 있습니다. 혹시나 걱정되어 어디에 맡길거냐고 물어보니 회사에 데리고 갈거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회사가 그나마 프리한 분위기라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이 허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놀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소음도 내선 안되기 때문에 하루종일 틀어주는 동영상을 보며 방치당할 수 밖에 없는 신세임이 뻔합니다.

내가 방학동안 준이와 함께 봐주마 했습니다.

준이와 유치원에서 친하게 지내는 남자친구이기도 했고, 아이를 맡길 곳 없어서 직장에까지 데리고 갈 수 밖에 없는 아이 엄마가 너무 짠하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준이 또래 남자아이의 일상생활이 엿보고 싶었습니다.

준이는 이상하게도 갓난아이 때부터 또래 남자친구가 없습니다. 알게 되는 아이 엄마들 중 대부분이 딸 엄마입니다. 가끔 알게 되는 아들 엄마들이 있긴 하지만 준이와 나이가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준이와 또래인 동갑 남자아이들을 가까이서 관찰해본 적이 없습니다.

준이가 제 앞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이 또래 남자아이들의 보편적인 것들인지, 그렇지 않다면 준이만의 개성은 어떤 것인지, 준이와 다른 아이들의 차이점이 있는지 그런 것들이 항상 궁금했습니다.

그저 우리 준이만 키워봤던 저로서는 아이의 이해되지 않은 행동을 접할 때, 이 행동이 또래 아이들의 일반적인 특성인지, 준이만 저를 애먹이는 것인지가 항상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준이 친구를 함께 봐주면서 또래 아이들이 가정 내에서 어떤 행동패턴을 보이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꽤 신선했습니다.

둘은 말투까지 비슷했습니다. 관심사도 비슷했습니다. 하는 짓이 너무나도 서로 닮아있었습니다. 1년 동안 유치원에서 동고동락하며 함께 생활했던 친구여서 그런지 죽이 척척 맞았습니다. 때맞춰 밥해주고, 간식만 넣어주면 더이상 제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너무 편했습니다. 저 혼자 애를 봤다면 제가 직접 놀아주느라 힘뺐을텐데, 이렇게 둘이 알아서 노니 세상 편합니다. 이래서 다들 둘째를 낳으라고 저에게 종용하는가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다고 느꼈던 부분들 - 아이에게 뭔가 가르치려고 하면 인내심 있게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자기 멋대로 해보려고 한다던지, 밥을 먹을 때 밥만 퍼먹고 반찬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던지,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끊임없이 요구한다던지 - 하는 것들을 준이 친구도 똑같이 했습니다.

준이가 유별난 아이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남자아이의 특성이었을 뿐입니다. 이로서 저는 제 아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의 행동에 일일이 화를 내기보다 제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게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준이 친구의 다양한 행동들을 보면서 전혀 조금도 귀찮거나 화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 같은 행동이라도 남의 아이가 하면 그냥 좀 더 그러려니 하게 되는구나"

하게 된 것이지요.

저는 항상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선생님분들에 대해서 일종의 존경심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내 애 하나 보기도 힘든데 수많은 아이들을 동시에 어떻게 돌보시나, 너무 수고스러우실거다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며 통제가 안될 때 차오르는 분노를 어떻게 해소하시는가도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막상 다른 집 아이를 돌보니 설사 아이가 잘 통제되지 않더라도 그다지 큰 화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임을 이해하고 아이들을 대하면 분노가 일어나기 보다는 '어떻게 대처할까'에 대한 연구를 더 적극적으로 하게되기 마련입니다. 선생님분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으시고, 그 노하우로 여러 아이들을 동시에 질서정연한 규칙으로 돌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내 아이에 대한 기대 - 말 잘듣고 착하고 얌전하고 똘똘하면서도 적극적이고 활달하고, 리더쉽 있고 밥도 잘먹고 잠도 잘자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 란 완벽한 아이에 대한 이상향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가 그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분노를 불러일으킵니다. 다른 집 아이들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없으면 내 아이는 항상 '유별난 아이'로 취급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같은 행동을 다른 집 아이가 하면 화가 나지 않습니다.

좀 더 객관적인 입장이 되기 때문에 '그러려니'하고 이해하게 되고, 화를 내기 보다는 민주적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데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내 아이 역시 말썽을 피웠다 하더라도 부모로부터 '민주적인 가르침'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윽박지르고 화를 내서 아이를 제압하면 아이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더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자기가 당한 것을 자기보다 약자에게 재현해보는 경우도 있으며, 크게 혼이 나면 그 버릇을 진심으로 고치려는 생각을 하기 보다 그 상황만 모면하려고 잠시 굴복하는 척 잘못을 비는 연기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민주적인 가르침으로 잘못된 행동에 대해 설득하고 아이가 민망하지 않게 잘 설명하면 한번에 고쳐지진 않을 수는 있지만 아이는 차차 서서히 문제 행동을 수정해나갑니다.

무엇보다 가장 안 좋은 것은, 자주 야단 맞는 아이는 짜증과 신경질이 많아지고 인내심이 부족해질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그대로 보고 배웁니다. 아이가 야단맞을 짓을 했을 때 지체없이 화를 내면 아이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즉각적으로 짜증을 냅니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참고 인내하며 자신을 젠틀하게 대하면 아이도 그것을 느낍니다. 어른이 직접 인내하는 모습을 본보임으로서 아이도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내 감정이 이미 내 것이 아닙니다. 내 감정마저 아이에게는 보고 배워야할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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