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안키 10편] 내 컨디션이 나빠서 화가 날 때

by 스윗제니

준이 유치원 친구 엄마 중에 정말 아이에게 민주적으로 잘 대해주시는 어머니가 계십니다. 아이에게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설명하고 설득해서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고, 아이도 차분한 성격으로 엄마의 훈육을 잘 듣는 편입니다. 이 엄마의 육아방법이 너무 부럽고 좋아보여서 하루는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혹시 아이가 어떻게 할 때 화가 나시나요?"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그 분은 조금 생각하시더니 아이가 어떻게 할 때 화가난다기 보다 자기 컨디션이 안좋을 때 아이에게 짜증을 많이 내는 것 같다고 대답하셨습니다. 아이의 행동은 대부분 어려서 그러려니 하고 이성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지만, 내 컨디션이 나쁠 때에는 그 조절이 참 힘들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저는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건강체질인 저로서는 제 컨디션에 따라 짜증이 나거나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체험을 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보통 일반 엄마들이 어떨 때 아이에게 짜증이 나는 지에 대해 이해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의 경험과 주위의 탐문을 통해 엄마들이 아이에게 짜증과 화가 많이 나는 경우들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1. 생리증후군
보통 생리 일주일 전부터 시작되는 생리증후군 기간에는 저 역시도 짜증이 기본 장착상태입니다. 조금만 누가 스치기만 해도 짜증이 폭발하는 시기에 아이가 말썽이라도 부리고 떼라도 쓰면 분노가 바로 폭발해버릴 수 있지요.

하지만 자신이 지금 생리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인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것을 많이 방지할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는 것과 '내가 왜 이런지 알고' 짜증을 내는 것의 강도나 양상이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생리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후 주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면 주위 사람들도 내 기분을 거슬리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 줍니다. 최소한 남편으로부터 오는 짜증과 분노를 줄일 수 있어서 내 기분을 긍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됩니다.

2. 잠 부족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잠이 부족해지는 일이 허다합니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 아이가 밤에 자주 깨면 엄마도 덩달아 자주 깰 수 밖에 없지요. 그리고 아이와 같이 자는 분들이라면 자면서 아이의 발길질에 한두번씩 잠이 깨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대개는 잠깐 깼다가도 다시 잠들 수 있지만 가끔씩은 잠이 깨서 한두시간 뒤척이기도 합니다.

수면부족은 컨디션 난조로 이어지고, 기분이 저하됩니다. 아이의 사소한 실수가 거슬리고, 이 모든 게 아이 때문인 것 같은 미운 감정이 들어 아이에게 분풀이를 하게 됩니다. 쟤만 아니었다면 내가 잠을 못잘 일도 없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원망스런 감정까지 듭니다.

그럴 때 카페인의 힘을 빌려 억지로 깨어있으려고 하기 보다 잠깐 낮잠을 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거나 유치원에 갔을 때 잠이 안오더라도 잠깐 누워서 눈을 붙이고 있으면 체력이 많이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체력이 회복되고 졸린 기운이 조금이라도 가시면 짜증나는 기분이 줄어듭니다. 애꿎은 아이에게 화풀이할 일도 줄어들 수 있겠지요.

3. 두통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만성 두통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가 아프면 일단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고 짜증이 납니다. 생리통과 두통이 연결되어 있는 분들도 계셔서 진통제를 달고 사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편두통에 시달리시는 분들은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조차 꺼려질 정도라고 하니 육아를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에 시달리실 것입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고 두통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통해 두통을 완화함과 동시에, 두통으로 인해 내가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자기점검을 해본다면 아이에게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내는 횟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4. 만성피로
전업맘이나 워킹맘이나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질병은 만성피로일 것입니다. 만성피로는 단순히 피곤한 느낌을 뛰어넘은 질병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만성피로는 판단력도 저하시키고, 의욕도 감퇴되어 매사가 귀찮아집니다. 당연히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한 의욕도 저하될 수 밖에 없겠지요.

만성피로를 극복하는 방법은 병원의 적절한 치료도 병행되어야 하지만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이라고 하네요. 아이를 키우면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까지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요.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며 바깥 바람되 쐬고 주위의 자연도 보면서 기분전환을 하면 만성피로로 인한 스트레스와 짜증이 많이 사그라들 것입니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내가 아이에게 화가 나는 것이 아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나의 컨디션 난조로 인한 것임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내 컨디션이 나빠서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더 부드럽게 대해주고 아이의 행동을 이해해 주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5. 민폐 상황
집에서는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의 실수나 잘못도, 공공장소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비좁거나, 엄격한 질서가 유지되어야 하는 곳에 있다면 엄마의 감각이 더욱 예민해지고 주위 시선이 신경쓰여서 날이 선 상태가 됩니다.

기본적인 정서가 예민해져 있는데, 아이가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니거나, 뭔가를 엎지르고,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쳤다면 평소보다 더 큰 화가 나는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내가 아이를 어떻게 훈육하는 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인식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더욱 아이를 혹독하게 야단치게 됩니다. 집에서는 너그럽고 자애로웠던 엄마가 밖에만 나오면 마녀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죠.

이럴 때에는 그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아이에게 지켜야할 규칙에 대해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면 아이의 행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전에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사전에 미리 약속을 해두면,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마다 '약속'을 떠올려주며 컨트롤 할 수 있게 됩니다.



화 안내고 아이 키우기, 쉽지 않습니다. 내 몸이 멀쩡할 때도 아이의 행동을 훈육하고 가르치기가 어려운데, 내 몸의 컨디션까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내 상황과 컨디션이 어떤지에 대한 인지가 선행되면 그나마 억울한 선의의 피해자는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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