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안키 12편] 훈육이란 이름으로 아이에게 상처주고

by 스윗제니

우리 세대 어머니들에게 '훈육'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오은영 박사님표 훈육법일 것입니다. 엄마가 되기 전엔 크게 관심없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엄마가 된 후 저도 그 프로그램을 다시보기로 거의 다 챙겨보게 되더라구요.


오은영박사님표 훈육법이란?
일단 아이와 엄마가 마주보고 앉은 후 떼쓰는 아이를 엄마의 사타구니 안에 가둬놓아 꼼짝 못하게 하고, 두 팔도 꽉 잡아서 아이의 기를 꺽는 자세를 취합니다. 그런 후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절대 안들어줄거야'라는 단호한 어조를 반복하며 아이가 떼쓰는 것을 멈출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아이 훈육과 관련된 글을 읽다 보면 집에서도 아이 기를 꺾기 위해 오은영 박사님표 훈육법을 사용해봤다는 후기글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공하신 분도 계시고, 성공하지 못하신 분도 계시다고 합니다. 물론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르니 그렇겠지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방송에 출연할만큼 기구한 사연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은영박사님이라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분께서, 그 상황이 훈육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가장 정확하게 판단한 후 내리신 처방이기 때문에 잘 먹힐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어떤 에피소드에선 겉으로 보기에 아이가 떼를 쓰고 신경질을 부리는 것은 다른 아이들과 매한가지인데, 사실은 아이에겐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때 그 아이의 문제는 아이 부모에게 있었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로지 부모에게만 부모교육을 실시하는 처방이 내려졌었지요. 이렇듯, 처방이 필요한 것이 아이인지 부모인지부터 우리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선 글에서 제가 구분지었듯, 아이가 지금 하는 행동이 신경질인지, 떼인지, 짜증인지부터 구분하는 것 역시 중요한 포인트이구요.


그런즉, 아이에게 우아달식 훈육이 필요한 상황은 아이가 떼를 쓰는 상황 중에서도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는 나쁜 종류의 떼'일 때입니다.


아무 때나 아이를 우아달식 훈육하는 것이 아닙니다. 훈육이 꼭 필요한 순간에만 훈육을 하셔야만 하며, 그것도 아주 '엄선된' 상황에서만 훈육을 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아이가 단순히 짜증을 부리거나, 신경질을 낼 때에 우아달식 훈육을 하시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무엇인가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데, 부모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여 훈육을 시도하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도 거절당한 경험을 할 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훈육이란 무서운 조치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의 기를 꺽어야만 할 정도로 궁극의 훈육법이 필요한 경우는 그동안 아이의 떼를 결코 짧지 않은 앞선 세월 동안 부모가 키워왔을 때에 비로소 성립됩니다. 아이의 기가 너무 세서 도저히 꺽이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하루이틀만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1년 이상 오랜 세월 부모가 아이의 떼를 방치했거나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때에만 방송에 나올 정도의 독불장군을 키워낸다는 것이죠.

즉, 평범한 아이들에게는 우아달식 훈육법이 지나친 상처를 줄 수도 있으며, 아이가 조금 짜증내거나 신경질 내는 것조차 어릴때부터 버릇을 잡아야 한다는 과도한 기대 아래 지나친 훈육을 시도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떠올려볼 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훈육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된다는 것입니다.


훈육 [訓育, discipline]


훈육에 대한 여러 사전적 정의가 있지만 결국은 '가르치고 기른다'라는 본래적 의미로 회귀할 수 밖에 없음을 느낍니다. 훈육은 '혼내기'가 아니라는 것이죠. 차분한 어조로도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은 가능하며, 그로 인해 아이가 성장해나간다면 더할나위 없는 백점짜리 훈육이겠지요.

때문에 화안키에서 생각하는 가장 좋은 훈육이란 '평소에 가르치는 것'입니다. 아이가 혼날 짓을 한 상황에 급급해서 아이를 혼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잘못하고 있지 않는 평상시 상황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어서 아이에게 규칙과 습관을 들이게 하는 것이지요. 이 부분은 뒷날 다시 기회를 만들어서 다른 글에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헌데 우리 안에 자리 잡은 '훈육'의 이미지는 크게는 우아달식 훈육법에서부터 각종 혼내기와 벌주기의 이미지로 점철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손들고 벌세우기, 생각의자에 앉히기, 좋아하는 장난감 뺏기, 반대로 사탕주기, 장난감 사주기 등 정적강화의 방법까지 이르르는 다양한 '혼내기'의 방법론들이 '훈육'이란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훈육'의 이미지가 이렇게도 부정적인데, 아이들이 진실로 훈육 받아야할 상황에만 훈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까요? 한번 되짚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라 혼날 짓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으며, 신경질과 짜증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언어발달이 미숙하기 때문에 말로 할 수 있는 것 조차 짜증섞인 울음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요구사항을 전혀 울지 않고 또박또박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연령이 되려면 최소 6살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어른들은 우는 아이들에게 '울지 말고 말로 하면 되지'라며 짜증이 났을 때 울음부터 터뜨리는 아이들의 버릇과 습관을 잡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존재인 아이들이 이 가르침을 실제 행동으로 출력해내기까지는 뇌발달이라는 생체적인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때문에 너무 어린 나이의 아이들에게 훈육이란 이름으로 '울면서 얘기하는 행위'자체를 억압할 경우 아이는 자유로운 표현과 욕구를 좌절당하는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이가 울면서 짜증을 내며 이야기할 경우에는 일단 그 속상한 마음을 읽어주며 울음을 그치게 한 후 요구사항을 이야기하게 기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대다수 평범한 범위에 속하는 아이들은 그런 감정읽기의 행위만으로도 많은 위안을 얻고 진정합니다. 물론 그 울음이 조금 긴 아이들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런 부분은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스스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터득해나가니 조금만 아이가 더 자랄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우아달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궁극의 훈육을 시도해야만 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냉철한 판단 하에 기꺾기식 훈육을 시도해볼 수 밖에 없겠지요.

오늘의 글로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요점은, 화가 나실 때 지금의 이 상황이 정말 훈육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매 상황마다 훈육을 진행하게 되면 훈육이 가지는 존엄성이 좀먹게 되어 훈육 자체가 시시해질 수 있습니다. 훈육은 정말 꼭 필요한 순간에만 시행하시고 될 수 있으면 아이의 감정읽기와 공감으로 아이의 마음에 위안을 주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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