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안키 16편] 순둥순둥, 내 아이 맞나요?

by 스윗제니

세상 걱정 없고 아무 불만이 없는 아이.


제 아들 준이의 평상시 모습입니다. 아이니까 실수하고 잘못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주면 바로 알아듣고 스스로 행동을 수정합니다. 엄마와 함께라면 낯선 환경이든 낯선 사람이든 안심하고 적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걸을 때면 언제나 제 손을 꼭 잡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걷습니다. 어딜 데려가도 사람들에게 순하다, 착하다, 키우기 쉽겠다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쉽게 흥분하지 않는 성격 덕분입니다.

천성적으로 조심성이 많은 아이이긴 하지만 동시에 까칠하고 예민한 기질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 낯선 사람에 대한 거부반응이 남달랐던 슬로우 차일드였지요. 툭하면 신경질적으로 울고, 쉽게 진정되지도 않았으며, 우는 이유조차 쉽게 파악할 수 없어 애를 먹었던 것은 저만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애가 울 때면 제발 그만울라고 윽박지르고 혼내서 울음을 강제로 그치게 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의 준이는 저에게 천사나 다름 없다고 느껴집니다.

준이는 유독 밥상머리에서 자주 울던 아이였는데, 그 이유는 저도 아직 잘 모릅니다. 밥을 잘 먹지 않고 애를 먹여서 자주 혼났던 탓도 있기 때문에 밥먹는 일 자체를 싫어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돌이켜 보면 밥 먹는 행위는 싫은 일, 밥 먹는 공간은 무서운 공간이란 생각을 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밥상머리에서 아이에게 화안키를 선언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너에게 화내지 않겠다, 그동안 엄마가 너에게 화냈던 것들에 대해 사과하며, 너도 앞으로 잘 따라와주면 좋겠다고 힘을 주어서 아이에게 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툭하면 울었던 아이였기에 툭하면 혼내거나 엉덩이를 때렸던 저였습니다. 아이는 저에게 혼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앞으로 이제 혼내지 않고 화내지 않겠다는 저의 말은 아이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엄마가 이제 안혼내?"

아이는 몇 번이고 저에게 확인을 했습니다. 그 조그만 것이 얼마나 그동안 혼났던 것이 무서웠으면 몇 번이고 저에게 확인을 했을까요? 겨우 만 36개월짜리 아기였습니다. 저는 어쩌자고 그 조그만 아가를 매일같이 혼내고 화를 냈을까요? 몇 번이나 되풀이되는 아이의 물음에 짜증내지 않고 '응 이제 혼내지 않아'라고 대답해주었습니다.


준이는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도,

"엄마가 이제 안혼내"

라며 혼잣말로 자신이 이제 혼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의 혼잣말을 들으며 제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습니다. 저 조그만 아기의 가슴에 그동안 제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던 걸까요? 조그만 아기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툭하면 어른의 기준으로 아기를 판단하고, 성인과 똑같이 화내고 벌주었던 제가 너무나 바보같이 느껴졌습니다.

화안키 시작 이후로도 얼마간 아이는 기존처럼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을 때에 순간적으로 제 눈치를 보며 움츠러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따뜻한 눈빛과 말투로 괜찮다고 이야기해주었고, 이제 혼나지 않는다고 안심시켜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안된다고 강제했던 수많은 기준들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낮추어주고 허용치를 높여주었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자율성이 자라나고 자신감이 붙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것에 무엇이든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났고, 성공했을 때 실컷 성취감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자존감이 높아진 아이는 타인을 대할 때에도 움츠러들거나 위축되지 않고 당당했습니다.

엄마에게 혼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이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크나큰 자신감과 안정감을 얻는 듯 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엄마에게 언제든 혼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위축되고 불안정한 정서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불안정한 정서는 쉽게 짜증과 신경질로 연결되었고, 키우기 어려운 아이로 만들었습니다. 반면에 안정되고 자존감이 높은 정서의 아이는 키우기 수월하고 실수가 적은 밝은 아이로 자라나게 해주었습니다.

엄마와의 강한 신뢰관계와 유대감은 아이로 하여금 엄마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헤보게 만들었고, 스스로 실수를 줄이고 엄마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는데까지 발전하게 했습니다. 밥을 지지리도 잘 먹지 않아 속썩였던 아이가 "내가 밥을 잘 안먹으면 엄마가 속상해. 내가 밥을 잘 먹으면 엄마가 좋아해"라고 말하며 밥을 잘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엄마가 싫어할만한 행동을 하기에 앞서 항상 저를 쳐다보며 이 행동을 해도 되는지 안되는지를 먼저 허락을 구했습니다. 안된다고 하면 "아쉽다.."라며 빠르게 포기했고, 된다고 하면 "예~"라며 뛸뜻이 기뻐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엄마의 동의를 구하는 것, 갓 36개월을 넘긴 아이가 가지기에는 어려운 절제력입니다.

아이는 정말 빠른 속도로 순둥이로 변해갔고, 저는 순둥이를 쉽게 키우는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밖에 나가서도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스스로 자제하고 엄마 주위를 맴돌며 허락을 구하니 아이에게 위험해, 그만해라며 소리치고 쫓아다닐 일이 없었습니다. 화안키 초반에는 정말 작은 야단조차 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에게 되는 것과 안되는 것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엄마와 아이의 컨센서스가 잘 맞아떨어지자 아이가 어떤 것이 되고 어떤 것이 안되는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기억하고 저와의 코드를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아이로 변했습니다. 엄마 껌딱지가 되어 자신의 감정과 기분보다 엄마의 감정과 기분을 더 살피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준이는 요즘에도 제가 화난 얼굴만 하고 있어도 울면서 "웃는 얼굴 해주세요~ 나는 엄마 웃는 얼굴이 좋단 말이에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는 항상 저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은가 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쪽이 또 뭉클해집니다. 아이가 저에게 원하는 것은 어렵고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에게 웃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모습, 그것 뿐이었습니다.

아이를 어렵게 훈육하고, 습관을 들이고, 규칙을 설명하는 것.. 그런 어려운 길보다 더 쉬운 길이 있습니다. 바로 화안키를 하는 것입니다. 화안키를 하면 아이가 엄마의 감정을 읽고 엄마의 생각을 자신의 행동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일일이 되고 안되고를 어렵게 공들여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합니다. 어떤 행동이 되고 안되고를 인지적으로 알고 옳고 그름의 가치를 가지게 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엄마가 싫어하는 행동임을 알게 하는 것이 영유아들에게는 먼저인 것 같습니다. 엄마의 마음에 드는 아이가 되는 것이 아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의 힘보다 강력한 것은 없다고 하는 것인가 봅니다.

화안키가 부리는 놀라운 마법을 모두 겪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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