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안키 22편] 아이가 주도 하는 화안키

by 스윗제니

요즘 저는 준이 때문에 죽겠습니다.

준이가 너무 이쁜 말만 골라서 하기 때문이에요.

"엄마, 나 잘 낳았어?"
"엄마,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까 기분이 좋아?"
"엄마, 내가 엄마 말 잘 들으니까 기뻐?"

제가 평소에 "아유~ 내가 아들 하나는 잘 낳았지~"란 말을 달고 사니까 아이가 저한테 "엄마, 나 잘 낳았어?"란 말을 되돌려 주더군요.

또 제가 평소에 "우리 준이가 이렇게 행동하니까 엄마가 너무 기분이 좋네~"란 말을 자주 하니까 아이가 저에게 칭찬받을 만한 말을 한 뒤 "엄마,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까 기분이 좋아?"하고 확인을 하는 것이고요.

또 제가 "우리 준이는 엄마 말도 너무 잘 듣고 최고네"란 말을 자주 해주니 "엄마, 내가 엄마 말 잘 들으니까 기뻐?"라며 자신의 행동이 저의 기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확인하고자 하더군요.

자신이 올바르게 행동하고, 착하게 행동하면 단순히 자기가 칭찬받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인 저의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는 사실까지도 인지하는 아이가 된 것입니다. 이는, 엄마와 아이의 감정적 연대가 아주 공고해졌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엄마와 아이는 감정 공동체이니까요.

보통 엄마가 아이들한테 화를 낸다고 했을 때 아래와 같은 단계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의화.jpg

처음에는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단계에서 어떻게든 아이를 타일러 보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 다음에는 점점 언성이 높아지다가 결국에는 극심한 화를 내며 폭발하는 단계에 이르를 것입니다. 물론 언성 높아지는 단계에서도 큰 소리는 내지 않지만 비난하는 말로 아이의 마음을 후벼파는 상처를 주는 일도 가능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큰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가끔 못된 말로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가령 "엄마 이제 너 싫어질 것 같다", "엄마는 준이에게 실망했어"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잔잔한 어조로 말한다 해도, 위와 같은 말을 아이에게 할 경우 준이는 바로 울음을 터뜨리더군요. 특히 실망했다는 표현을 들으면 금새 울먹울먹하는 표정이 되면서 엉엉 서럽게 웁니다. 엄마의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아주 큰 아이인 것 같아요.

저는 화안키를 시작하고 나서 극심한 화의 단계의 화를 거의 내지 않습니다. 1년에 한두번 정도 낼까말까하고, 언성 높아지는 단계도 한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합니다. 거의 '주의 단계'에서 아이를 훈육하고 있는데요. 화안키에 길들여진 아이는 주의 단계의 훈육에서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엄마에게 혼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난감한 상황도 많이 발생합니다.

저는 아이에게 거의 화를 내지 않고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아이는 자나깨나 소원이 '엄마에게 혼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치 제가 매일같이 애를 혼내면서 키우는 것처럼요. 매일 밤 속마음 얘기하는 시간에, 자기 속마음은 엄마가 자기에게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엄마가 너한테 화를 자주 내는 것 같아?"라고 물으면 "아니, 근데 언제 엄마가 화를 낼지 모르니까"라며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평상시에 부단히도 방어하려고 노력하더군요.

이제 저희 모자의 화안키는 '아이 주도 화안키'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이가 매일같이 엄마가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하고, 또 스스로 말을 잘 들으면서 엄마의 기분을 체크하고, 일부러 엄마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골라서 하니, 저도 아이를 더욱 존중하게 되고 좀처럼 화를 낼 수 없는 입장이 되더군요.

그 전에는 제가 일방적으로 제 감정을 다스리고 참는 화안키였다면, 아이 주도 화안키는 보다 효과적이고 성공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화를 낼 수 있는 구실이 봉쇄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좋게 말해주기'에 길들여진 아이는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의 행동을 관리합니다.

특히 아이가 6세 생일을 지난 시점부터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도 철이 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유지해야죠. 유지해야 합니다. 힙들고 어렵게 쌓아올린 공을 어떻게든 평생 유지하려고 합니다.

저와 잘 유지하고 쌓아놓은 사회성의 기초를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잘 활용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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