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안키 2년 동안 아이는 저의 평상시 모습을 '화내지 않는 착한 엄마'로 여기는 듯 합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아이가 잘못할 때, 또는 제가 너무너무 힘들 때 가끔 아이에게 엄한 모습을 보인다거나 급기야 화를 내기도 하는데요.마치 저 위의 사진처럼 속에 칼을 품고 있는 천사쯤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요?
대다수의 엄마들이 아이에게 천사같이 잘해주다가도 가끔은 화를내기도 하는 등 아이에게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아이 입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보여지는 엄마의 모습을 평상시 모습으로 인지할 것이구요.
나의 평상시 모습은 어떠한가요?
다행히도 준이에게 엄마의 평상시 모습은 '기분 좋은 엄마' 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아이의 어떤 반응들로부터 '아이를 통해 비춰지는 제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인데요.
제가 얼마 전에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매우 기분이 안좋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준이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니었고요, 준이 말고 다른 이유 때문에 화가 나 있었습니다. 준이는 계속 제 얼굴 표정을 살피며 제 기분이 풀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눈치더군요. 시간이 조금 지나서 제 기분이 풀어지고 준이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자 준이 얼굴이 활짝 펴지며,
엄마, 이제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라는 말을 저에게 했습니다.
준이의 이 말은 저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가져왔는데요. 준이가 저의 '원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있었다는 것과, 그 모습이 다행히 아이에게 긍정적인 모습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준이는 될 수 있으면 엄마가 '평상시 모습'을 유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도요.
아이를 대하는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유년시절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친정엄마를 어떤 엄마라고 여기고 있었는지에 대해서요.
친정엄마는 워킹맘이었고, 저와 같이 보낸 시간이 별로 없는지라, '웃는 엄마'는 아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아니, 그보다 저에게 있어서 엄마는 '없는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내 옆에 엄마는 없지만 난 괜찮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독립적이고 자립적으로 자라날 수는 있었지만 엄마에 대한 이미지를 구체화해볼 기회는 없었던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제가 화안키를 하지 않고 준이 어릴 때처럼 허구헌날 혼내고 엄하게 대하기만 했다면 준이는 저를 어떤 엄마로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생각만해도 싸늘해집니다. 아이 버릇을 잡는다는 미명하에 아이에게 적잖은 상처를 주고 있었을 것입니다. 엄마에 대한 인상이 '항상 화난 엄마'로 굳어져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요.
제가 화안키를 시작하면서부터 고민하게 됐던 부분은 아이 훈육 문제였습니다. 저 스스로 착한 엄마와 만만한 엄마의 개념을 확립하지 못했던 때였기에, 아이를 혼내지 않고 예의 바르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화안키를 지속 해나가면서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었고, 엄마의 진심은 아이에게 통한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해맑은 아이가 되고, 엄마가 혼내지 않으면 아이도 착한 아이가 되어줍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아이의 반항기, 까불기만 잘 피해간다면 혼내지 않고, 화내지 않고도 아이를 예의바른 아이도 키워낼 수 있었습니다. 저만의 노하우는 바로 이것이었는데요.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예의 없게 행동할 때마다,
엄마 이제 웃는 얼굴 안해준다
라고 조용히 협박하고 무표정을 지으면 아이가 바로 겁먹고 꼬리를 내리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그때 혼나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나의 천사같은 엄마를 영원히 잃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아이를 혼내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엄마 앞으로 널 안아주지 않을 거야
이제 뽀뽀 안해준다?
엄마 너무 힘들고 속상하다
엄마는 착한 아이가 좋은데..
준이는 웃는 엄마가 좋아, 화난 엄마가 좋아?
엄마 슬픈표정으로 변하고 있어
아이는 엄마의 '긍정적 모습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런 아이의 심리를 잘 이용하면 과하게 혼내거나 군기를 잡지 않아도 아이를 잘 훈육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이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도 언제나 한결같은 엄마의 모습을 평소에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일테구요. 아이에게 신뢰감을 주려면 무엇보다도 엄마가 평상시에 아이에게 좋은 엄마로서의 경험을 많이 시켜주어야 합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교실에서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하면 적지 않은 수의 아이들이 엄마의 모습을 화난 얼굴, 또는 마녀의 모습으로 그린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아이는 엄마에 대한 이미지를 당연히 부정적으로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아 정체성 역시 '나는 항상 혼나는 아이, 잘못만 하는 아이'로 여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아이가 그 관계로부터 얻는 이익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한다면 아이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엄마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위기를 모면하는 수준의 행동제어에서 더 나아가, 웃는 엄마의 모습을 항상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착한 아이가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화안키, 어렵나요?
처음에는 내 인격세탁이라도 하는 것만큼 어렵고, 욱하는 순간순간을 참아내느라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다보면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아이도 적응해 갑니다. 그리고 화안키가 적응되면 육아와 훈육이 너무나너무나너무나도 쉽습니다. 고함치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아이가 너무 말을 잘 듣습니다.
관계는 쌍방향적인 것입니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아이도 노력합니다. 내가 아이를 함부로 대하면 아이도 나를 함부로 대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많은 이치를 깨닫곤 합니다. 그래서 결혼과 육아가 인간의 발달과업이라고들 하는 것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