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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제니 Jan 13. 2019

워킹맘, 할머니 육아와의 밸런스 (2)

오늘은 0~3세 아이들의 발달과업 중 매우 중요한 '자율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었어?



하루종일 기다린 엄마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소리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었어?'

나를 돌봐주는 할머니를 힘들지 않게 해야 하고, 엄마에게는 늘 칭찬받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아이라면, 하루종일 자기자신을 억제하고 절제하는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나를 엄마 대신 케어해주는 보호자를 힘들게 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을 가진 아이는 어린이집 생활도 모범적으로 해낼 지 모릅니다. 그래서 요즘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모범생인데, 엄마 앞에서는 과잉행동으로 힘들게 한다는 하소연을 많이 합니다. 

저희 엄마는 저에게 늘 이런 말을 합니다. "넌 세살때까지는 어린 애가 엄청나게 정리정돈을 잘했는데, 커서는 너무 청소를 안한다"

일단 세살짜리가 정리정돈을 잘했다는 말이 지금와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세살 이후에 정리정돈을 안하게 된 이유는 동생이 태어나서입니다. 동생이 태어나서 지나치게 어지르니 제가 정리정돈을 해봤자 소용이 없어서 청소를 놓게 된 것입니다. 하여튼, 동생이라는 환경적 변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살짜리 어린아이가 정리정돈을 잘했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세살짜리는 정리정돈이 불가능한 나이였습니다. 몬테소리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제가 정리정돈을 잘했던 이유를 굳이 따져보자면, 할머니가 하루종일 청소를 하시는 분이라 그 행동을 따라했던 것 같고, 그런 행동이 '칭찬'을 받으니 더욱 강화가 되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3세 아동은 떼도 써보고, 스스로 의사결정에 의한 행동도 해보고, 좌절도 해보며 자율성을 길러야 하는 발달과업을 가집니다. 헌데 저는 꽤나 눈치보며 환경에 저를 맞춰가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6살이 되어 지켜보았던 3세였던 동생의 행동이 저와 꽤나 달라서 동생을 말썽쟁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전형적인 착한 아이 컴플렉스의 아이였고, 동생은 저라는 완충지대가 있어서 그런지, 착한아이 컴플렉스 같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퇴근해 돌아온 후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었어?'란 확인사살적 질문보다는 '오늘도 할머니와 재미있게 놀았어?'나, 차라리 '엄마 많이 기다렸지?'라는 말로 엄마와의 시간이 시작됨을 알려주는 것이 낫습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하루종일 아이를 돌본다고 고생하신 할머니를 의식해서, 사실은 할머니 들으라고 던진 말이지만,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말도 마라, ㅇㅇ이가 얼마나 힘들게 굴었는지, 어땠고, 저땠고' 하며 할머니의 입에서 아이가 잘못했던 하루일과들이 좌라락 흘러 나오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걸 듣고 있는 아이 역시 기분이 좋을리 없습니다. 아이는 은연 중에 자신이 문제아라는 자아정체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대신 '할머니와 재미있게 놀았어?'라고 물으면 할머니가 아이와 얼마나 재미있게 놀아주셨는지를 과시하기 위해 재미있게 놀아주기 위해 노력했던 하루일과를 정리해서 말씀해주실 것입니다. 아이도 그 내용을 함께 들으면서 할머니와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다시금 떠오르겠지요.

할머니 육아, 시터육아를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아이의 자율성과 주도성 관리에 신경을 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떼를 무조건 받아주고, 오냐오냐 키우라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가 엄마가 아닌 보호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자유롭고 자율적인 행동에 제약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면 엄마와의 시간에서나마 자유롭게 떼쓰고 까불거릴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두시는 것이 좋으며, 엄마 앞에서는 말썽쟁이인데, 원생활이나 할머니 앞에서는 모범적이고 얌전한 아이로 행동한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가 직접 아이를 양육하며 아이의 감정의 응어리가 다 풀어질때까지 받아주고 기다려주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집에만 매여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이중생활, 즉 문제행동을 보이는 부분들은 아이가 자람에 따라 저절로 완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씀으로 위로를 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이중생활은 자기 마음대로, 즉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없고 규칙과 규정에 얽매이는 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어서 가장 만만한 엄마에게 해소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요. 설상가상으로 엄마 앞에서 폭주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안전지대인 바로 그 엄마로부터 엄청나게 혼이 나고 훈육을 받기 때문에 더더욱 인생의 좌절을 맛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나를 받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구나


저 역시 돌잡이 준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한답시고 밤늦도록 아이를 찾아가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와 떨어지는 순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완전 모범적'이라는 칭찬을 받는 아이가 집에만 오면 말도 못하는 주제에 대성통곡과 짜증과 신경질을 부리기 시작하여 한두시간이 지나도 달래지지 않아서 너무 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에 비위도 맞춰보고 달래도보고 먹을 것도 줘보았지만 그래도 굴복하지 않고, 자기 분이 다 풀릴 때까지 울어버리는 아이에게 결국은 '너 저리가! 도저히 못키우겠다!'란 야멸찬 말로 혼자 다른 방에 떼어놓고 저 혼자 안방 침대에 뛰어들어 한참을 엎드려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너무나 힘들던 시기였습니다. 워킹맘의 '짧지만 굵은 육아의 질'이요? 육아의 질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아이는 막가파였습니다. 일단 울음을 그쳐야 질도 있는 것이지요. 수시간을 악쓰며 울고 있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극약처방으로 주중 5일 중 하루는 무조건 일을 쉬고 아이와 하루종일 놀아주는 방법을 선택해보았습니다. 제 개인사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요. 내 자아를 찾겠다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막상 아이가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니, 제 자아찾기를 우선순위에 계속 놓아두기가 힘들더라고요. 

엄마와 단둘만의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짐으로써 아이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기회를 만들어주었는데요. 집에서 같이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집에 있게 되면 집안의 잡다한 일이 눈에 들어와서 단 5분도 아이에게 집중하기 어렵지만, 일단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오면 아이에게 100% 집중해서 놀아줄 수 있게 되더라고요. 집안 어질러질 걱정이나, 아이가 위험한 뭔가를 만질 걱정, 아이가 뛸 걱정도 안하게 되어 좋구요.


이중생활을 하는 아이들 
원인 : 손상된 자율성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분노가 쌓임
-> 할머니와 함께하는 낮시간 동안 아이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자유로운 표현을 이끌어줄 수 있는 육아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 어린이집을 고를 경우 다양한 수업과 커리큘럼을 가진 곳보다, 소규모의, 자유놀이 시간을 많이 가진 곳으로 선택해주세요. 
-> 엄마와 단둘만의 시간 갖기, 특히 밖에 나가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 참을 수 있는 정도라면 아이의 떼를 엄마라도 받아주세요. 통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놀이치료라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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