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는 인터넷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비교적 안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시기가 2000년 정도이니 저는 딱 20년간 아날로그적 어린시절을 보낸 운좋은 세대이기도 합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스스로 '뭐든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엄마의 손길'이 거의 필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 보편적으로 퍼져 있었던, '아이들은 놔두면 알아서 큰다'는 육아관 덕분에 저와 제 동생은 정말로 알아서 클 수 있었습니다.
제가 회고하는 저의 사춘기시절은 스마트폰이 없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뭐든지 혼자 할 수 있기 때문에' 걸어다니는 시한폭탄과도 같습니다. 게다가 '작은 어른'이나 마찬가지인 청소년들은 엄마의 지시나 명령, 조언을 따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자 합니다.
엄마가 퇴근해서 돌아오는 시간 전까지 무한의 자유를 얻은 아이들은 심한 경우 탈선, 게임 중독, 이성교제, 친구 의존 상태에 빠지기 매우 쉽습니다. 저와 제 남동생의 경우 게임 중독, 저는 친구 의존을 경험했기에 저는 제 아이를 키우면서도 늘 경각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동생은 6살부터 게임을 접한 후 35살인 지금까지 게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게임을 직업으로 승화시킨 바람직한 예라고 볼 수도 있고, 안타까운 한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 봐줄 어른도 없었고, 그렇다고 저처럼 친구바라기도 아니어서 집에만 있던 아이였는데, 집에서 혼자 놀만한 도구가 게임 외에는 마땅한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난감은 10살 정도에 시시해졌고, 인터넷과 IPTV가 없던 시절이라 하루종일 TV를 보고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집돌이 기질이 있는 남자아이는 게임 중독에 쉽게 노출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게임 개발자가 되긴 되었지만 동생의 재능이 과연 그 쪽 외에는 없었을까라는 의문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만족하는 인생이니 지지하고 응원해줄 밖에요.
일주일 중 4일은 친구와 붙어다녔던 저였지만, 같이 놀 친구가 없는 날들에는 저도 뭔가에 몰두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습니다. 시간적 공백과 심리적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제가 파고든 분야는 바로 만화였습니다. 다행히 웹툰이 없던 시절의 만화이니 당연히 '유료'였습니다. 만화를 사보려면 당연히 비용이 들고, 빌려본다 해도 대여료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중독'이 되는 데에는 여러 제약이 뒤따랐습니다. 어찌보면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 게임기가 두 대였다면 저 역시 게임중독에 빠졌을 지도 모릅니다. 저는 여자치곤 게임을 장르 가리지 않고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집에 먼저 도착해서 게임기를 차지하고 놓아주지 않았던 동생 덕분에 마음껏 게임을 하고 놀 수 있는 기회가 적었습니다.
만화가를 꿈꿀 정도로 만화를 좋아했던 제가 요즘 아이였다면 밤새 만화를 보고 놀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무제한 무료 만화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어른이 된 후에 실제로 그런 생활을 자주 했습니다. 만화를 좋아하는 습관은 지금도 당연히 이어지고 있고,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 또한 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제 사촌동생 역시 워킹맘의 아이입니다. 사촌동생은 친구바라기가 있는 아이여서 게임중독보다는 친구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했습니다.
엄마가 없는 빈집에서 혼자 열심히 공부를 하는 아이는 거의 존재하기 어려울 뿐더러, 그 대안으로 학원을 보낸다 해도, 과연 아이가 성실하게 학원을 잘 다닐 지 믿기 어렵습니다. 학원 빼먹고 친구들끼리 놀러다니거나 피씨방으로 숨어들어가는 경험은 우리 세대에서도 흔히 발생했던 일들입니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덕분에 성문화에 일찍 눈뜬 아이들의 '이성교제'인데요. 제가 어렸을 때는 이성교제가 흔치도 않았을 뿐더러, 간혹 이성친구를 사귄다 하더라도 손잡고 길을 같이 걸어가는 건전한 수준에 머물렀던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 덕분에 카톡으로 야동을 서로 주고받으며 일찍 성문화에 노출이 됩니다. 중학생 정도가 되면 일부 아이들은 성관계를 시도하기 시작하는데요. 마땅히 성관계를 할 곳을 찾지 못해 학교 화장실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녀공학을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님들도 적잖이 봐왔고요. 학교 화장실 외에도 학교 옥상, 아파트 옥상, 지하주차장 등 빈 공간과 시간만 있으면 택배박스라도 깔아놓고 성관계를 시도한다고 합니다. 소위 불량학생들만의 이야기였던 혼전임신이 이젠 평범한 학생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고 하네요.
청소년기의 성적탐닉은 호기심과 성욕 그 자체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심리적 허기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어린시절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남성이 바람둥이가 될 확률이 높다고 말하며,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여성이 누가 자기를 좋다고만 하면 몸도 마음도 쉽게 줄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탈선과 반항, 일탈을 막는 방법이 오직 엄마가 집에서 세심하게 케어하는 것 뿐일까요? 저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이 시리즈를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업맘이 키우는 아이들 중에서도 애정결핍 상태로 자라는 아이들이 결코 적지 않으며, 소위 문제아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요즘 배우고 있는 하브루타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은 워킹맘 생활을 하시면서도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로 자녀들과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가지고 소통하고 계신 분인데요.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아이들 자존감과 행복지수도 높고 덤으로 성적까지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그 분은 '하브루타'라는 도구를 잘 활용하여 가정의 행복과 자아실현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으신 케이스인데요. 꼭 하브루타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정확한 메세지만 제대로 심어주면 아이들은 자기자신을 남용하지 않고 소중하게 대할 것입니다.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너야.
엄마는 너에게 관심이 아주아주 많아.
우리는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이고,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깊은 관계가 될거야.
자기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 아이는 자신과 더불어 타인의 소중함도 알 것입니다. 엄마의 메세지를 아이의 가슴에 정확히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말로 하기 어렵다면 편지로라도 꼭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