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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쩐시 Jul 19. 2021

제2의 스타벅스에서 국가망신까지 단 3년

중국 럭킨커피의 분식회계 사례를 통해 배우는 윤리경영의 중요성



이제 우리 모두는 커피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저도 아침은 안 챙겨먹어도 공복에 꼭 에스프레소 2샷을 넣은 아메리카노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평균 1일 1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하니,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이죠.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커피가 대중화된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1970년대 동서식품에서 개발한 이른바 '믹스커피' 시장으로 시작하여 2000년대 한국에 첫 스타벅스가 입점하면서 국내 카페매장 수도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중국인들의 커피 소비량은 어떻게 될까요?

다양한 중국의 차음료(좌), 중국의 대표 밀크티 브랜드인 'Heytea喜茶'(우)

중국은 차 문화의 대중성과 서양 식문화에 대한 생소함으로 커피시장의 성장이 타 아시아권 나라들보다 느린 편입니다. 중국인들은 평소 차를 즐겨마시고 어느 음식점을 가던 기본적으로 따듯한 차 혹은 따듯한 물을 마십니다. 또 차로 만든 차음료 시장이 굉장히 거대하기도 하죠.

사실 지금도 아마 중국의 젊은 층 이외에는 커피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후에 커피를 마시듯 중국인들은 보통 버블티 가게를 갑니다. 저도 저렴한 맛에 여러 매장 돌아다니며 매일 먹다가 살이 엄청 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2017년 말 이런 척박한 중국 커피시장을 단숨에 무섭도록 성장시킨 중국의 한 거대 프랜차이즈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Luckin coffee 럭킨 커피' 입니다. (중국에선 瑞幸咖啡 루이씽 커피라 불림, 행운의 사슴이란 뜻) 실제로 2018년부터 중국 커피산업은 고속발전의 단계에 진입하는데, 그 대표적인 공으로 럭킨커피가 언급됩니다.


중국 톱스타 탕웨이(汤唯)를 모델로 시작한 럭킨커피

이 거대 프랜차이즈는 엄청난 자금의 힘으로 중국 스타벅스가 21년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을 단 반년만에 매장수와 고객수로 초월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중국내에서는 '제2의 스타벅스' 혹은 ' 중국의 스타벅스'라는 타이틀로 대중들의 인식에 자리잡게 됩니다. 


제가 북경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정말 한국의 편의점 만큼 많은 것이 이 럭킨카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어디든지 있고 엄청난 할인으로 매번 공짜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커피맛도 나쁘지 않고 음료 종류도 굉장히 다양해서, 지금도 많은 중국인들과 외국인들이 저렴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처음엔 약간 한국의 이디야(과거의 저렴한 가격정책)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워낙 모바일 주문 시스템이 좋고 인지도나 이용도 측면에서, 지금의 제가 생각하기에는 ' 메가커피의 저렴하고 다양한 음료 + 이디야의 매장 분위기 ' 정도 라고 생각하면 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이 럭킨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팔아서 이익이 남나? 


아무리 생각해도 돈 나올 구조가 아니였습니다. 제가 생각한 두 가지 의문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과도한 가격할인

신규회원에게 무료음료 제공과 음료 2+1 홍보(좌), 매일 제공되는 할인 쿠폰(우)

럭킨커피가 초기 엄청난 고객 수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가격할인 공세입니다.

중국인들에게 럭킨커피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바로 '쿠폰'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신규 이용자에게 첫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뭐 고객수 확보를 위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잔을 사면 1잔을 공짜로 주고, 또 30위안(약 5000원) 이상 주문시 18위안(약 3000원) 할인 등 이런 식의 모바일 할인 쿠폰이 매일 제공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한국에 있는 지금도 매일 위쳇으로 쿠폰 알림이 뜨고 있습니다. 너무 퍼줍니다.

그래서 중국에 있을 때 항상 친구들 3~4명이 같이 주문을 하곤 하는데 매번 공짜로 맛있는 음료를 즐기는 기분이 들어서 묘하기도 했습니다. 프라푸치노나 과일스무디도 매번 삼천원 이하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2. 커피 한잔에 들어가는 과도한 기술력

기본 럭킨커피의 매장 모습(좌)과 샵인샵 형태의 럭킨커피 매장(우)

이렇게 싸게 음료를 팔고 매번 반값할인을 하는 럭킨커피는 대체 어떻게 수익을 버는 걸까요?


럭킨커피는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그 기업가치를 굉장히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그런데 럭킨커피는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수익이 완전히 없는 순수한 손실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럭킨커피는 단순한 카페가 아닌 모든 커피 프랜차이즈의 혼합형으로서 IT플랫폼, 빅데이터, AI, SCM, 신기술, 신경제, 공유경제 등등등 모든 개념이란 개념은 다 적용하려고 하니 커피 한잔에 대한 투자비용이 너무나 컸습니다. 또 다른 비용은 임대료입니다. 럭킨커피는 확실한 매장형 프랜차이즈 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도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무리 대학가 위주로 그렇게 넓지 않은 매장형 전략을 추구한다고 해도 중국 도심 임대료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걸까요? 게다가 모델 광고(초특급 스타급)나 티비, SNS같은 홍보도 굉장히 꾸준하게 합니다. 모두가 광고만 줄여도 이익이 날 수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탕웨이 섭외한 비용을 다 상쇄하긴 했는 지 의문입니다.


2019년 5월 18일 럭킨커피의 나스닥 상장 발표 


그런데 놀랍게도  2019년 5월 18일 럭킨커피는 본토시장이 아닌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 합니다. 어떻게 커피산업으로 단숨에 미국행에 성공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두배 오른 48억 달러에 이르러 사업 18개월도 안돼서 정말 제2의 스타벅스가 되는 듯 했습니다. 저도 2019년 까지만 해도 '그래, 영업적자가 나지만 그 미래성을 인정받아서 투자받은 돈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쓰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런 신기록을 중국내에서는 "럭킨스피드(瑞幸速度)"라고 칭송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2020년 2월 한 미국 컨설팅 기업의 폭로가 작은 공을 쏘았습니다. 당시 주로 중국 상장기업의 분식회계 폭로로 저명한 미국의 공매도 전문기업인 Muddy Waters Research에서 럭킨커피가 제출한 2019년 3,4분기의 판매실적을 포함한 재무, 영업수치가 조작되었다는 엄청난 발표를 하게 됩니다.

럭킨커피의 분식회계를 폭로하는 글을 올린 MuddyWatersResearch 사

이 보고서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예전부터 럭킨커피의 매출량을 수상하게 여긴 해당 기업에서 약 1500명의 비밀 조사원단을 꾸려 중국 국내의 2213곳의 럭킨커피 매장의 영업 동영상과 영수증을 장기간 수집했고 직원들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돌던 위쳇 대화내용과 기업관계자들의 대외비를 치밀하게 모아서, 이를 실제 제출된 매출실적과 대조를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공매도사의 집념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럭킨커피 측에서는 당연히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2019년 말까지 럭킨커피의 시가 총액은 123억 달러까지 올라 주당 최고가 51.38 달러를 기록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자칫잘못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생겼기에 럭킨커피는 그 누구보다 초조했을 겁니다.


이 치밀한 스파이 조사로 인해 2020년 4월 2일 럭킨커피는 어쩔 수 없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한 편의 기업내부자체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거기서 럭킨커피 몇몇 임원진들의 부당행위 및 불공정 거래를 포함, 2019년 전체에서 22억 위안의 매출액이 가짜로 조작되었다는 것을 자백했습니다. 그러니까 럭킨커피에서 2019년 매출을 총 46억 위안으로 보고를 했는데 22억 위안이 위조된 것이니, 매출의 두 배를 부풀려서 보고를 한 정신나간 분식회계를 만든 것입니다. 

회계조작 자백 후 급락한 럭킨커피 주가, Financial Times

이 경악할만한 소식이 퍼지자 마자, 주가는 바로 85% 급락하여 시가 약 300억위안이 공중분해 되었습니다. 이런 단순한 분식회계 조작으로 이렇게 자신당당 해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런 국민커피 럭킨커피가 중국내에서 공분을 산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비윤리적인 기업경영' 입니다. 

북경 고궁에 입점한 럭킨커피, 일전에 스타벅스 입점 논란이 있었다. '하늘의 뜻을 받들어 럭킨을 마셔라' 라고 적혀있는 포장지

애초에 럭킨커피는 중국 '최초의', '최고의', '중국인이 만든' 등 이런 단어를 써가며 홍보를 해왔습니다. 애국을 한다면 자신들의 커피를 마셔야 한다고 압박도 해왔습니다. 중국인들의 가장 민감한 민족주의를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상장을 해 외국인의 투자금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나몰라라 하고 상장폐지를 받아들이면 다 인줄 아는 기업의 태도에 젊은 중국인들은 분노를 했습니다

이 일은 단순한 럭킨커피의 사기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한 중국기업들을 욕 먹이는 짓이며 다른 상장기업들의 주가 하락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고 말이죠. 

'럭킨커피 스캔들이 미국상장 기업들에 불이익을 줄 것이다', Bloomberg Businessweek

일례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몇몇 저질 마스크가 유럽과 미국에 수출되면서 중국 마스크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어떤 럭킨커피 매장에서는 ' 당연히 정상영업 합니다.', '국가가 있는 한 안심하라!' 등 진지하지 못한 태도를 보여 계속해서 소비자들을 실망시켰습니다. 

+2021.07.19 중국 정부의 현 CEO 자산지출 제한 명령 실시


기업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요?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 입니다. 그럼 기업가는 어떻게 기업을 운영해야할까요? 기업이 건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과거의 기업은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든 단순히 이익을 내면 그것으로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소비자들은 더욱 똑똑해져서 당장의 기업이득을 넘어서 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윤리적인 경영방식과 같은 ESG를 만족하는 가치사슬에 투자합니다. 소비자를 우롱하고 다음을 약속할 순 없습니다. 비록 아직 중국 내에서 럭킨커피가 여전히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기업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표를 받아내야할 것 입니다. 

이런 과포화된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또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 깊게 생각하는 심각성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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