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그린햄
1년 동안 일한 육가공 공장일을 오늘에서야 그만뒀다. 1년 동안 바닥을 청소하면서 언젠가는 칼을 잡게 해 주겠지 하면서 1년을 버텼지만 결국 잡다가 안 잡다가를 반복하다가 바닥청소를 마지막으로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들보다 훨씬 오버타임이 많아서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워낙 허리에 무리가 가는 일이라 요가를 하지 않으면 몸이 버티지를 못했다.
공장에서의 일이 내게 준 선물은 요가를 생활화하게 해 줬다는 것과 명상을 통해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 해 줬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꽤 많은 인종차별을 겪었다. 아무래도 포지션이 바닥을 치우는 일이다 보니, 칼을 잡는 사모아나 솔로몬 또는 피지 친구들이 내게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고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계약 조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받으니 너무 억울해서 화가 나기도 했다.
지금까지 뭔가를 열심히 하면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될 거라는 신념이 있었는데 그런 신념이 무너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건 정말로 안 되는 거구나. 아시안이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호주에서의 삶을 불리하게 만드는지 이번에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허투루 공장을 다니지는 않은 것 같다. 가기 전에 다들 "아쉽다" "보고 싶을 거다"라는 등의 위로를 해줘서 꽤 감동을 받았다.
아마 여기서 일하면서 가장 아쉬운 건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려 나오면 보이는 아름다운 붉은 일출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포크리프트를 몰면서 항상 지나갈 때마다 인사해주는 아저씨, 킬 플로어에서 일하는 키 작은 토마스, 나를 항상 응원해주고 지켜봐 주던 토니와 크리스. 모두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여기를 그만두고 이제 카페에서 일을 해보려고 한다.
그동안 빚을 갚겠다고 너무 일에만 치중했는데, 이제는 정말 워킹홀리데이를 즐겨보려고 한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만큼 많이 두렵고 초조하지만, 즐겨야 변화도 있기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