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아이와부딪히기
호주에서 산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세 번째 비자를 신청하고 승인 메일을 받자마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왜 내가 이곳에 온 걸까? 무엇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을까?
그래! 빚을 갚는 거였다. 빚을 다 갚으면 한국에 돌아가기로 분명히 마음을 먹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코로나로 인해서 한국에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불안했던 나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호주에 좀 더 남아있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목적을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목적은 이루었고, 그래.. 이 순간을 즐기자. 그렇게 나를 합리화하면서 지금까지 하루를 살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한국에 있던 인간관계는 조금씩 정리되어 갔고, 호주에서 만난 인연들도 하나둘씩 떠나갔다.
이것이 워홀러의 숙명이지 하면서 받아들이며 살고 있었지만 이런 생각 때문인지 새로 만나는 인연들에게
마음을 주는 게 조금씩 어려워져 갔다.
명상을 조금만 소홀히 해도 나도 모르게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스멀스멀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날아온 딱딱한 돌멩이처럼 내 머리를 심하게 때릴 때면 나도 모를 분노와 증오와 원망이 피어오른다.
여기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래 도망치듯이 호주로 왔으니까, 무언가 마음 깊숙한 곳에 채워지지 않는 엄청난 공허함이 남아있는 건 별 수 없겠지.
같은 회사를 다니던 친구들은 일자리를 잃고 한국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도 많은데, 여기서 더 욕심을 낸다.
언제쯤 욕심을 완전히 비워낼 수 있을까? 욕심을 피하고 외면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만약에 내가 이랬다면 저랬다면 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지만, 드문드문 머릿속이 후회로 가득 찬다.
이런 잡생각이 나를 정복할 때 나는 내 안에 '나'의 이미지를 그려보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잘하고 있어. 울어도 돼 마음껏 그리고 엉덩이를 들고 다시 앞으로 가자. 지금 눈앞에 보이는 세상은 내 마음이 투영되는 것이라는 걸 기억하자."
이렇게 '나'를 마주하고 가만히 별을 보면 세상 아름답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