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을멈춘 자는잠재적 흡연자임에 틀림없다.
부끄러운 과거지만, 나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흡연을 하기 시작했다.
핑계를 대자면 중국은 어린 나이에 흡연을 시작하기 참 좋은 곳이었다.
한국같이 어린 나이에 담배를 피우는데 제한도 없었고, 민증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내가 흡연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련에 있는 한 한인성당에서 만난 친구의 영향이 컸다.
그 친구는 내게 영웅과 같았다. 그때 당시 꾀죄죄한 내 머리 스타일은 마치 새가 둥지를 지어놓은 것 같았고, 입고 다니는 옷은 항상 한 걸음 뒤쳐져 있었다. 나와는 대조적으로 그 친구는 무엇을 입고 다니던 어울리지 않는 옷이 없었고, 그 친구 특유의 리더십 있는 태도는 항상 나로 하여금 부러움을 자아냈다.
성당이 끝나면 그 친구를 따라다니며 길거리에 있는 노점에서 양꼬치와 맥주를 즐겨먹었고,
술을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흡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흡연자의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그때 당시 흡연의 힘은 정말 강력했다. 친구와 핫초코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고,
흡연이 있는 곳이면 거기가 곧 나의 놀이터였다.
그때는 몰랐다. 흡연이 내 얼굴을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들 거라는 것을..
이후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을 때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담배를 못 산다는 것이었다.
담배를 사고 싶었지만 아는 사람만 사서 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정보통이 없으면 불법으로 영업을 하는 그런 곳은 찾기가 힘들었다.
운이 좋게도 그런 곳을 잘 찾으면 몇 번씩 왕래를 하다가 결국에는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주위 친구들은 용케도 잘 구해서 흡연을 하고 있었고, 결국 나는 그들과 함께 다니며 그렇게 자주 흡연을 하고는 했다.
흡연을 하는 사람은 전부 나쁜 청소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주위에 흡연하는 친구들은 오히려 성적도 좋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단지 그들은 담배를 피우는 것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는 했다.
그 이후로도 나의 담배 사랑은 계속되었고, 회사를 다니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해소하고는 했다. 담배를 무척 싫어하는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도 몰래 흡연을 했었다.
내가 흡연을 끊게 된 결정적인 순간은 호주에 오고 나서다. 호주는 한국에서처럼 만들어져 있는 담배보다는
워낙 담배값이 비싸기 때문에 담뱃잎과 종이와 필터를 사서 말아서 흡연은 하고는 하는데,
이렇게 해도 내게 담배값은 너무나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결정적인 원인은 호주의 공기가 너무 좋다는 데 있었다.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왠지 내 폐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은 호주 공기를 마시며 길거리를 뛰어다닐 때도 숨이 찰 때마다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신념이 강했다.
흡연을 끊기 위해서는 천천히 끊으면 안 되고 매우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했다.
가지고 있는 담배를 전부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펜을 들어 계산을 해보았다. 내가 담배를 끊었을 때
저축할 수 있는 돈은 얼마인가? 흡연을 함으로 인해 추후 건강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일까?
여러 가지 비용을 계산해보니 너무나 많은 지출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3일만 참아보자. 다시 1주일만 참아보자. 1달만 참아보자. 했던 게 벌써 2년 넘는 세월이 되었다.
비흡연자가 되었을 때 좋은 점은 무엇보다 흡연을 했을 당시에 비해 폐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달리기를 할 때 호흡의 불편함이 줄어드니 더 긴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일어나는 아침이 상쾌해졌고, 담배연기로 인해 발생하는 눈의 피로와 입안의 텁텁함도 사라졌다.
솔직히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때 그리고 밤하늘에 가득 차 있는 별을 보고 있을 때는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내기가 매우 힘들다.
누군가 그랬다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라고. 비흡연자가 된 나로서는 그 의미에 대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요즘은 전자담배가 발달해서 어린 나이에도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과연 전자담배라고 해서 몸에 완전히 해롭지 않을 것인가?.. 나는 솔직히 의문이 든다.
중독성이 아예 없다면 피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야 정상 아닌가? 하지만 전자담배를 피워본 사람으로서
전자담배에 아예 중독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쿠바의 체 게바라처럼 호전적으로 흡연하는 것이 더 멋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비흡연자지만.. 결국 나는 아직 잠재적 흡연자다.
아마.. "당신은 내일 죽을 겁니다.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해변에 있는 벤치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담배 하나 피고 싶습니다."
라고 말할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