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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가 Aug 30. 2021

사내연애가 안 좋은 이유

당신은 포커페이스에 자신있나요?

환승 연애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헤어진 엑스 남자 친구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엑스를 다시 되찾는다거나 그런 프로그램인데, 규칙 중에 다 같이 있을 때 서로의 엑스였던 부분에 대해서 들키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포커페이스를 하라는 말이다.


포커페이스 : 포커페이스(Poker Face)란 아무 감정도 표출하지 않는 무표정을 이르는 영어 단어다. 자세한 것은 무표정 문서 참고. 포커를 할 때, 자신 패의 좋고 나쁨을 상대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표정을 바꾸지 않는 행위에서 유래되었다.
출처 : 나무 위키 


문득, 회사를 다녔을 때 사내연애를 했던 일이 떠올랐다. 같은 팀 선배였던 그 사람은 예의 바르고, 밝은 사람이었다. 여초인 팀에서 혼자 남자이다 보니 주로 여성 직원분들의 힘쓰는 일은 주로 내가 도맡아 했는데, 유독 그 사람은 혼자 해결하기를 고집했다. 


인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동기들과 그 선배 이렇게 같이 술을 먹게 되었고, 그 일 이후로 그분과의 연애는 시작되었다. 

같은 팀이기도 하고, 사내 규칙이 같은 팀에서 연애를 하다 알려지면 다른 팀에 가야 될 수도 있었기에 서로 조심하기 위해 절대 사귀는 것에 대해서 티를 내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포커페이스는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매우 어색했다. 사귀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회식자리에서 존댓말을 써가며 어떤 상황에서든 내 마음을 들키지 않게 표정을 감춰야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무엇보다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과 다른 남자가 조금이라도 관계가 좋아 보인다면, 어김없이 소문이 퍼지게 된다는 것이다. 


추후 팀원들이 거점근무로 인해서 흩어지고 그로 인해 나로서는 그녀와 그 소문의 남자 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거 아세요? 어느 팀에 누구랑 누가 사귄대요 글쎄." 늘 그렇듯 소문은 그런 식으로 일파만파 퍼져 나간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지만 이내 엄청난 스트레스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렇다고 같은 팀이고 계속 봐야 하는 사람으로서 경솔하게 바로 헤어질 수도 없었다. 


헛소문으로 서로 간에 오해를 풀고, 어떤 술자리를 갔는데 그 소문의 남자가 와있었다.

나와 엑스 여자 친구, 그리고 그 남자. 그리고 그 주위 다른 사람들

나는 애써 불쾌함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사이에 나는 없었다. 그 남자 그리고 그 여자 이 둘은 내 앞에서 

자신들에게 퍼져있는 스캔들에 대한 해명을 하고 있었다. 나의 생각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저 남자에게 펀치를 날리고 싶다는 생각이었지만, 얼굴은 즐거운 웃음을 짓고 있어야 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그렇게 한번 깨진 신뢰는 계속해서 균열이 생겼고, 결국 헤어졌다.

다양한 환경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해본 결과 그런 식으로 나 스스로에게 가면을 씌우고 남들을 대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비참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혹시나 사내커플이 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꼭 비밀연애보다는 공개연애를 추천하고 싶다. 

헤어진 후 남들을 의식하는 기간은 길지 않지만, 사귀고 헤어지는 동안 남들을 의식하는 기간은 상상 이상으로 길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내커플은 피하는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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