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왜 쓰는가?
소년은 조용히 노트북 뚜껑을 열고 무언가 두드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써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될 거 같다는 마음에서였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건인가? 돈?
소년에게 쓴다는 것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야 하지만 스스로 우러나는 마음에서가 아닌
무언가를 위해서 쓰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얼 위해 쓰고 있는 걸까?
주말에 앉아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써야만 한다는 압박이 소년을 압박하고 있었다.
소년에게 씀이라는 것은 인생 그 이상의 무언가 였다. 소년은 길을 걸으며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집 앞에 있는 격렬하게 살아있는 저 초록색 잎들을 어떻게 하면 글로 그려낼 수 있을까?
소년은 이내.. 불가능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내 다시 비디오 게임을 시작한다.
나름 소년은 격렬하게 삶을 살고 있었다.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집에 와서 매일 요리를 하면서도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열망이 강력하게 그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무기력해진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쓰고 싶은 것일까?
삶? 사랑? 먹고 자고 걷는 작은 일상들?
그것이 과연 특별한 것일까? 삶을 산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지만
그에게는 전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는 목화 공장에 서서 일하는 시간이 죽어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루 12시간이니까 5일을 일하면 60시간을 죽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년은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의 죽어있는 영혼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내 소년은 명상을 통해 깨달았다. 그래..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소년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
글은 내가 쓰는 순간 영혼을 얻는다.
그렇게 소년은 자신의 글이 자신의 죽은 영혼에게서 탄생한 창조된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자신이 창조한 글이 자신의 죽은 영혼에 다시 숨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희망하면서..
소년은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