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하루 앞두고 친정 가족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남동생 둘의 가족과 부모님까지 모두 열네 명. 한 달 전부터 스튜디오를 정하고 컨셉을 결정하느라 가족 단톡방은 연일 뜨거웠다.
"흰 티에 청바지가 좋지 않을까?"
"화이트&블랙 정장은 어때?"
각자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어머니의 선택으로 ‘핑크베이지’ 밝고 따뜻한 색감의 의상으로 결정되었다.
촬영이 다가오자 가족들은 저마다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미용실을 다녀오고, 피부 관리를 받으며 지금껏 가장 빛나는 모습을 준비했다. 명절음식 준비도 서둘러 이틀 전에 마무리했다. 드디어 촬영 당일. 아침 일찍 부모님 댁에 모였다. 큰 동생은 아버지를 모시고 목욕탕에 다녀왔고, 여자들은 스튜디오의 조언대로 드라이와 색조 화장을 했다.
나는 평소 색조 화장을 하지 않아서 화장품이 없었다. 급히 다이소에서 컨투어링 블러셔, 볼륨 마스카라, 하이라이터 같은 것들을 사 왔다. 딸이 요즘 유행하는 자연스러운 화장을 해주었지만, 거울을 보니 너무 밋밋했다. 결국 보라색 섀도로 눈두덩이를 덧칠하고, 빨간 립스틱으로 입술을 강렬하게 만들었다. 속눈썹을 올리고 마스카라까지 칠하니, 만족할 만한 입체 화장이 완성되었다.
우리는 약속된 시간에 맞춰 해운대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200평이 넘는 공간은 가족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가 선택한 핑크베이지 의상은 이미 다른 가족이 선점한 상태여서 블랙앤화이트 컨셉으로 급히 변경했다. 부모님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위해 분장실로 들어갔고, 우리는 의상실에서 촬영에 맞는 옷을 골랐다. 맞지 않는 옷은 핀으로 조정하고, 어울리는 액세서리와 신발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촬영이 시작되었다.
“활짝 웃어주세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어깨는 내리세요.”
“고개를 살짝 숙이면 더 자연스러워요.”
사진작가의 주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는 허리를 펴느라 힘들어하셨고, 늘 인상을 쓰고 있던 어머니는 ‘활짝 웃어주세요’라는 요청이 어색한 듯했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 최선을 다해 촬영을 했다. 한복으로 갈아입고 부모님의 영정사진도 환하게 웃으며 찍었다. 직계가족 사진, 며느리들과 어머니, 형제자매 사진 등 다양한 구성으로 수백 장의 사진이 남겨졌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치매를 앓고 계신 아버지는 이 순간을 내일 기억할 수 있을까? 이번 가족사진이 우리에게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버지는 한때 선장으로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던 사람이었다. 크고 듬직한 체격에 넓은 어깨,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멋진 외모를 자랑하셨다. 어머니도 큰 눈과 늘 단정한 모습으로 곱다는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두 분 모두 키가 줄고, 어깨는 움츠러들고, 얼굴엔 주름이 깊게 새겨졌다.
그러나 오늘, 메이크업을 하고 멋진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두 분은 마치 젊은 날로 돌아간 듯했다. 20년은 젊어진 듯한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활짝 웃으며 찍은 영정사진을 보며, 언젠가 부모님이 떠나신 후 우리가 바라볼 마지막 모습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이들도 한창 성장하는 지금, 이 순간이 사진으로 남는다는 것이 더욱 뜻깊었다.
10년 만에 다시 찍은 가족사진. 시작은 분주하고 정신없었지만, 마지막은 감동과 눈물로 남았다.
아무도 떠나지 않은 완벽한 가족사진. 이사진은 부모님 집 거실에 늘 걸려 볼 때마다 오늘을 떠올릴 것이다. 부모님의 환한 미소,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 그리고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
시간은 흘러가지만, 사진 속 우리의 모습은 영원히 액자 속에 머물 것이다.
오늘 이 순간, 우리는 함께했고, 참 많이 웃었다.
사진) 포시즌패밀리 스튜디오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