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필사 67(#219)
계속해서 성장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쉽게 싫증을 느낀다.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사람은 매 순간 변화하기에
똑같은 사물을 가지고 있어도 조금의 싫증도 느끼지 않는다
- 니체
사람은 멈출 때 쉽게 싫증을 느낍니다.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풍경만을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멈추지 않고 변화를 이어가는 사람은 똑같은 사물 속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합니다. 성장하는 눈은 오래된 풍경을 낯설게 만들고, 지루할 수 없는 매 순간을 선물합니다.
책을 읽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명한 독자는 책의 제목이나 겉표지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순간마다 다른 빛깔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어디서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찾고, 수학자는 어디에서든 공식을 찾아냅니다. 책은 결국 보는 자의 몫입니다.
책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옵니다. 저는 『데미안』을 처음 읽었을 때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프락사스의 이미지에 사로잡혔습니다. 20대에는 이 책이 저의 인생책이었지만, 30대와 40대에 다시 읽으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50대에 읽으니 싱클레어의 성장이 제 아이들의 모습으로 겹쳐 보였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저의 인생책이 아닙니다. 문장은 같지만, 책을 마주한 제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양귀자의 『모순』 또한 그러합니다. 서른 즈음에 읽었을 때는 주인공 안진진의 고뇌에 마음이 닿았습니다. 최근에 다시 읽으니 저는 진진의 어머니가 되어 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책은 늘 그 속에 나의 모습을 투영하게 만드는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독서는 단순히 글자만을 읽어나가는 행위가 아닙니다.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다면 반드시 사색이 뒤따라야 합니다. 독자의 성장은 책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써 내려갑니다.
책은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은 나입니다. 독서는 곧 나를 성장시키는 기록입니다. 멈추지 않고 읽고, 멈추지 않고 사색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결코 지겨운 곳이 아닙니다. 같은 풍경도, 같은 문장도, 같은 하루도 늘 새롭게 피어납니다.
독서는 책을 읽는 일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읽어가는 일입니다.
가만히 앉아 글자만 읽으면 나아지는 게 없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나아지려는 방법을 투철하게 사색해야 한다.
- 김종원 <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