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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가 많은 나무처럼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필사 68(#220)

by 별빛소정
인간은 곧은 판자를 만들 수 없을 만큼
옹이가 많은 나무로 만들어졌다
- 니체


옹이는 나무가 가지를 뻗었던 흔적입니다. 목수를 괴롭히는 불편한 상처일 수도 있지만, 나무의 입장에서 옹이는 분명 성장의 증거이지요. 판자를 만들 때는 흠집이 되지만, 숲 속에서라면 그만큼 힘차게 가지를 뻗어 더 크게 자란 나무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누구도 완벽하게 매끈한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도 새로운 생각을 품고, 그 생각을 세상으로 뻗어가며 옹이를 남깁니다. 때로는 가지가 잘려 상처가 될 때도 있지만, 표현하려는 용기 자체가 이미 삶의 성장이지요.


저 역시 수많은 옹이를 가진 사람입니다. 나이가 쉰을 넘어도, 여전히 넘어지면 아프고 쉽게 굳은살이 생기지 않습니다. 넘어지면 한참을 엎드려 울기도 합니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쓰러져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는 겁니다. 아픔은 나를 단단하게 하고, 다음 넘어질 때 조금 더 빨리 일어나게 합니다.


우리는 흔히 남과 다름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그 다름이야말로 옹이입니다. 옹이가 있다는 건 내가 세상에 가지를 뻗었다는 증거입니다. 판자가 되지 못한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옹이가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저라는 사람은 판자조차 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옹이 투성이를 그대로 두고 작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상처받고도 포기하지 않은 흔적들이 모여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옹이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그 옹이가 상처처럼 보일 때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야말로 나를 빛내는 무늬가 됩니다. 가지가 많은 나무가 숲에서 더 크고 강하게 자라듯, 우리도 그렇게 성장해 가는 중이니까요.


남과 다르다는 건 생각한다는 증거이며.
당신이 용기 있게 산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 김종원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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