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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만이 말할 수 있는 진실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필사 69(#221)

by 별빛소정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들에 대해서만 말해야 한다.
다른 모든 말은 쓸데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니체


주말농장을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눈이 열렸습니다. 마트에서 크고 반듯한 채소들을 보며 ‘아, 참 건강하겠다’고 믿었습니다. 배추와 고추를 직접 길러보니 그 믿음이 얼마나 단순한 착각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배추는 어린잎부터 벌레들이 다가와 구멍을 숭숭 뚫어놓고, 고추 역시 금세 벌레에 잠식되어 버립니다. 농약이나 비료 없이 자라나는 완벽한 채소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음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지요. 이제는 시장에서 완벽한 채소들을 보면, 그 뒤에 얼마나 많은 약과 손길이 스며들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뜨거운 불 앞에서 바로 끓여낸 짬뽕이나 김치찌개는 간이 딱 맞고 맛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차갑게 식은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는 순간, 그 짠맛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뜨거움이 맛의 본질을 가려놓았던 것이지요.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국물에 들어가는 소금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경험을 통해 깨닫는 순간은 이렇게 명확합니다. 책에서 읽은 지식도 도움이 되지만,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부딪히는 체험만큼 깊이 스며드는 진실은 없습니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쓸 때, 글은 생명력을 얻고, 읽는 사람에게 다가가 울림을 줍니다.


니체의 말처럼, 경험은 진실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경험 없이 쏟아내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작은 경험이라도 나누다 보면, 우리는 현상의 본질을 조금 더 선명히 바라볼 수 있습니다. 경험으로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으며 그것이 나의 언어가 되고 글이 되어 흘러나옵니다.


경험만으로도 우리는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으며
그 안에 숨어 있는 현상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 김종원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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