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식은 넘쳐도 생각은 귀하다.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필사 70(#222)

by 별빛소정
공동 재산은 스스로 모순되는 표현이다.
공동의 것은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한다.
- 니체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뉴스, 유튜브, SNS, 책과 강연까지 원한다면 무한히 읽고 듣고 배울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지식은 특별한 가치를 지니지 못합니다. 지식과 정보를 통해 단순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일어났는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갖습니다.


세상의 방대한 지식을 흡수해 나만의 생각을 만들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만의 지적 자산이 됩니다.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것을 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공동의 지식은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주식 전망이 유튜브에 올라와 수만 명이 본 순간, 그것은 이미 시장에서 소진된 정보일 뿐입니다. 대통령의 발언, 물가와 환율, 실업률 같은 기초 데이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받아 적는 것으로는 아무런 힘을 가질 수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스스로 사유할 때, 정보는 지식으로, 지식은 나만의 자산으로 변합니다. 물가 상승률 뉴스만 보고 불안해한다면 그는 단순한 수용자에 머뭅니다. 다른 이는 그 수치를 분석해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내 생활과 소비, 투자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고민한다면 이미 한 발 앞서가 있는 것입니다. 같은 정보를 보았지만, 한쪽은 그대로 소비했고 다른 쪽은 자신만의 생각으로 재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남의 생각을 너무 손쉽게 빌려옵니다. 유튜브가 들려주는 해석, AI가 내려주는 답변, 댓글 창의 다수 의견이 어느새 우리의 판단이 되어 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생각하는 힘을 잃는 순간, 우리의 삶은 수동적인 삶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지식은 넘치지만, 생각은 희귀합니다. 공동의 지식 속에서 허우적이지 말고, 그것을 사유의 불꽃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남이 말해주는 것을 ‘내 생각’이라 착각하는 순간 우리는 멈춰 서지만, 스스로 묻고 답을 찾는 순간 그 지식은 나만의 재산으로 살아납니다.


모든 것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 이 시대일수록, 우리는 생각하는 힘, 선택하는 힘,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지식을 내 삶의 자산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그저 보고, 읽고, 암기했다고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진짜로 무언가를 알고 싶다면,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 김종원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