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

by 별빛소정
지금 가진 그 꿈이 그대의 운명이라면 어떤 일이 생겨도 그대는 그 꿈에 변함없이 충실해야 한다. - 헤르만 헤세


우리는 흔히 꿈을 직업이나 소유물로 오해하곤 합니다. 평생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탐구했던 헤세에게 꿈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것은 영혼이 가리키는 방향이자, 내가 나로서 존재해야만 하는 ‘운명’에 가깝습니다. 외부의 압박이나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 것. 나 자신이 되는 일에 타협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숭고한 임무라고 말합니다.


운명이라는 단어는 참 무겁습니다. 선택이 아니라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 같아 의무감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당신의 운명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꿈이 흔들리는 이유는 대개 밖에서 옵니다. 경제적인 결핍, 주변의 시선, 혹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우리를 멈춰 세웁니다. 하지만 헤세는 그것이 진정한 운명이라면, 어떤 풍파 속에서도 그 꿈에 변함없이 충실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때는 저도 엄청난 부자나 유명한 사람이 되거나 성공한 기관의 대표가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반짝이는 목표였을 뿐, 나의 운명은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제 삶의 궤적은 늘 한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선택했던 전공, 친구들에게 무료로 타로를 봐주며 건네던 위로, 정성껏 키운 식물을 나누던 소박한 기쁨들. 그리고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며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닿기를 바라는 간절함까지.


“작가님의 글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가끔 달리는 이 댓글 한 줄에 저는 비로소 영혼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충만함을 느낍니다. 저의 운명은 사람들을 돕는 ‘헬퍼(Helper)’의 삶입니다. 직업으로, 글로, 따뜻한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삶에 작은 빛이 되는 것. 그것이 제 삶을 가장 만족시키는 운명이었습니다.


소설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는 말합니다. 한 사람의 삶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라고요. 그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습니다. 알을 깨는 고통이 뒤따르고 지독하게 외로운 혼자만의 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안의 운명에 충실할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에 의해 ‘살아지는’ 삶이 아닌 내가 주인인 ‘살아가는’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세상은 여전히 어렵다고 말하고, 환경은 끊임없이 우리를 흔들어댈 것입니다. 하지만 내 안의 운명을 발견한 사람은 더 이상 폭풍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바람을 타고 자신의 하늘로 날아오를 뿐입니다.


누군가를 돕고, 마음을 나누고, 글로써 온기를 전하는 이 ‘헬퍼’의 길을 저도 계속 걸어가겠습니다.


세상은 어렵다고 말하지만 나는 변함없이 충실할 것이다. 어떤 일이 생겨도 나는 내 삶에 불경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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