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어떤 타인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다가가려 할수록 오히려 서로의 차이를 깨닫게 될 뿐이다. - 헤르만 헤세
헤세는 인간을 각기 다른 궤도를 도는 별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가치 있지만 인간은 결국 혼자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서로의 영혼에 완전히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를 다 알지 못한다는 절망에 빠지기보다 그 거리를 인정함으로써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아낄 때 우리는 흔히 일심동체를 꿈꿉니다.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기를 바라고, 말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 상태를 알아주기를 기대하죠.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돌아오는 것은 오해뿐입니다.
남편과 저는 고향도 대학도 같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닮은 점이 많아 운명처럼 끌렸고, 비슷한 추억을 공유하며 세상에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며 그가 나와 너무나 다른 사람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취미, 생각, 가치관도 다르고, 매일 살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온도, 청결 개념, 생활 습관 등 너무나 많은 점이 달랐습니다.
남편에게서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흡연입니다. 결혼하면 끊겠다던 담배는 아이를 낳으면 끊겠다고 했습니다. 또 다음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금연을 약속하더니 2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집 밖에 나가서 피더니 어느 날부터는 베란다에서 피기 시작했고, 지금은 내가 없으면 거실이나 서재에서도 서슴없이 담배를 피웁니다. 전자담배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자기 합리화와 함께 말이죠. 그럴 때마다 화난 목소리로 잔소리를 하지만 알았다는 말은 그때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살고 있지만 이 사람의 세계를 온전히 바꿀 수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 저는 다정함의 의미를 새로 씁니다. 진정한 다정함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 영역을 그대로 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깊은 간격을 메우려 싸우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의 공간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잔소리는 계속해야겠지요.
우리는 결코 서로의 중심에 도달할 수 없는 평행선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평행선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나란히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그저 당신과 내가 다르다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여 봅니다. 30년 가까이 동고동락했던 남편조차 미지의 영역인데 타인은 오죽할까요.
우리는 어떤 사람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나도 타인에게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습니다. 다가갈수록 오히려 서로의 차이를 깨달을 뿐이지요. 그 차이를 통해 서로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남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하기보다 내가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배려해주려 합니다. 누구의 인정도 바라지 않고 오직 나의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이해라는 오만을 버릴 때, 사랑이라는 예의가 시작됩니다.
당신은 내 목소리가 아니라 내 마음을 들어주는 것 같아요.
당신이 음악이라면 평생 듣고 싶은 곡입니다.
- 김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