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타인의 문장을 쓰며 나의 길을 발견하다.

by 별빛소정
그대는 지금 어디를 걷고 있는가? 혹시 다른 사람의 길이 아닌가? 걷는 내내 힘들기만 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으니, 너는 너의 길을 걸어라. 그러면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다. - 헤르만 헤세


헤세의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기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종종 부모님의 기대나 사회적인 성공 기준, 혹은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불안감 때문에 남들이 다 가는 길을 선택하곤 합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길을 걷고 있을 때, 우리 마음은 무겁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전력 질주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나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이지요.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할 때, 우리는 비로소 고통 속에서도 에너지를 얻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사이먼 시넥은 저서 《스타트 위드 와이》에서 기업이나 개인이나 '무엇을(What)' 혹은 '어떻게(How)'를 생각하기 이전에, 이 일을 '왜(Why)'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를 먼저 고민하라고 조언합니다. 위대한 기업들은 모두 이 '왜'라는 질문이 명확한 곳들이었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유를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해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상의 고달픔에 지치지 않고 오래오래 걸어갈 수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이유 없이 소모적이고 힘들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봐 주세요. "이 노력은 내가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잠시 멈춰 서서 내 길을 다시 점검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저는 블로그나 브런치는 즐기지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는 하지 않아요. 남들의 삶을 지켜보며 나의 생각과 일상을 증명해야 하는 공간은 저의 속도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그저 저만의 속도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천천히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남의 지도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마음입니다. 돌이켜보면 매일 저녁 독서를 하고 필사를 하며 브런치에 글을 올린 시간들은 저만의 오솔길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작업이었습니다. 어제로 필사를 한 지 365일이 되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필사는 제 안에 깊은 습관으로 새겨졌습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받아 적으며 한 문장씩 나아갈 때마다, 나의 길을 걷고 있다는 확신이 생겨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나의 길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잡풀이 무성하고 안개에 가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러나 이 길 위에서만큼은 타인의 시선을 빌려 나를 평가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약속합니다. 천천히 차근차근 멀리 가지 못하더라도, 온전히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삶은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나다운 발걸음을 남겼느냐로 완성됩니다.


모르는 사람의 언어는 복잡하지만, 아는 사람의 언어는 언제나 가장 간단하다.
복잡하게 들리는 말과 글이 있다면 그건 나를 현혹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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