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정 Dec 18. 2024

미니멀리스트, 삶의 무게를 덜다

2016년 11월 8일, 네이버 메인에 뜬 한 기사를 읽고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환경오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 있었고, 제 미니멀라이프는 바로 그 두려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플라스틱 섬이 우리나라 영토의 7배에 달하고, 그 플라스틱과 비닐을 먹고 죽어가는 바다 생물들, 제3세계로 수출되는 쓰레기들...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결국 지구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할 것 같아 공포심마저 들었습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커피전문점마다 넘쳐나는 일회용 컵들, 편리하다는 이유로 매일같이 소비되는 플라스틱 병들, 마트에서 과도하게 포장된 물건들까지... 나 혼자 만들어내는 쓰레기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엄청날까요? 특히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만들어내는 쓰레기들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숨 쉬는 환경은 어떻습니까? 농약 덩어리 채소, 항생제로 가득 찬 고기, 유전자 변형 곡물, 설탕 범벅 과일, 항생제 고름이 섞인 우유, 오염된 물,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공기... 대량생산이라는 명목으로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걸까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이익을 좇는 소비자본주의 기업들. 정말로 인간에게 양심이란 없는 걸까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지구도, 사람도 희생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어디서 온 걸까요? 거대한 자본주의에 맞서 싸울 힘이 없는 소시민인 저로서는 그저 무력함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에서 저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나 자신만큼은 소비주의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다짐. 낭비를 줄이고,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며,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유행보다는 본질을 따르는 삶을 살자는 희망 말입니다. 물론 때로는 잊어버리고 휩쓸리기도 하지만,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정신을 다잡곤 합니다.


저는 미니멀리스트입니다. 제가 소유한 물건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고자 합니다. 나의 삶, 나의 공간, 그리고 나의 사람들에 대해 진정으로 책임지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삶을 단순화하고, 쉬운 길을 택하려 합니다. 저는 지구 전체를 책임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 집 안에서는 과도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제 손에 들어온 물건은 끝까지 소중히 사용하며, 낭비 없이 살아가려 합니다.




사실 이 글은 8년 전, 제가 미니멀리즘을 처음 시작했을 때 쓴 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제 방향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맹렬하게 투쟁하듯 살던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좀 더 가볍게, 유연하게 미니멀리즘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건을 버리고 깨끗한 주방과 텅 빈 옷장에 자부심을 느끼던 시기는 지나갔습니다. 대신 물건의 미니멀리즘에서 나아가 삶 자체를 단순하고 가볍게 만들어가는 데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로서 살아온 지난 몇 년은 저에게 단순한 구매 절제 이상의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그 시간들은 저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저만의 미니멀리즘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미니멀리즘은 물건을 줄이는 데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삶 전체를 단순하고 가볍게 만드는 철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는 더 이상 환경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표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대신 제 삶의 범위 안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단순함 속에서 비로소 풍요로움을 느껴가고 있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