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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정 Apr 29. 2022

못난이 채소들

50일 글쓰기 - 12

가입되어 있는 밴드에 올라온 내용이다. - '왜 농산물의 ⅓이 버려질까요?'


글쎄, 왜 버려질까?

해마다 6평 남짓 작은 텃밭 농사를 짓고 있어서인지 버려지는 농산물이라는 제목에 마음이 쏠린다.

후루룩 읽어보니, 전 세계 농산물의 1/3이 ‘외적인 기준’이 미달해 버려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같은 땅에서 건강하게 자랐지만 모양과 크기, 중량 등이 판매하기 용이하지 않다는 이유로 헐값에 처분되거나 폐기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마트에 진열된 채소들은 하나같이 다 반듯하고 예쁘게 생겼다. 나도 채소를 고르다 보면 그중에서도 가능하면 흠집 없고 매끈하게 생긴 것을 집어 들곤 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듯하다. 왜일까? 같은 땅에서 나고 자란 채소들이라 모양새에 따라 특별히 '병이 들거나' '신선하지 않은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어쩌면 '오염'에 관한 두려움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인 듯도 하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오염' = '더러운 것' = '질병' =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무언가 우리 안으로 받아들여주지 않고 배제하고 따돌리기 위해 '더럽다' '더러워졌다'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질병에 관한 우리 마음 깊은 곳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도 보인다.  물론 링크를 따라 들어간 사이트에는 이 외에도 모양과 크기가 들쭉날쭉하면 포장과 관리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일관된 규격으로만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다. 또 처음부터 판매 경로가 부족하거나 정확한 수요공급 예측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하튼 소비되지 않아 버려지는 음식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8%에 이른다고 하니 큰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정성을 들여 키운 농부님들의 무너지는 마음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6평 텃밭에서 취미 삼아 키우는 채소들도 자식처럼 애틋한데, 농부님들의 마음이야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래서, 이 못생긴 농작물들을 정기 배송해 준다는 서비스에 흔쾌히 가입했다. 일주일에 한 번 보내준다는데, 어떤 못생긴 채소 친구들이 찾아올지 궁금해진다. 작고도 작은 행동일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구인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자 이렇게라도 애를 써본다. 우리의 아이들도 계속 지구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진출처 : 한국기행_나물_식물_나물33,한국방송공사,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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