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직도 뭘 배우고 싶어요?
50일 글쓰기 -24
자취하는 큰아이가 동생 생일이라고 집에 왔다. 오랜만에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제 새로 시작한 배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랬더니 대뜸 묻는다.
"엄마, 아직도 뭘 배우고 싶어요?"
대학교 졸업반인 큰아이의 질문에 잠시 생각이 많아졌다.
“왜, 넌 배우고 싶은 게 없어?”
“난 별로 궁금한 게 없더라.”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였는데, 자라면서 왜 변했을까?”
“엄마, 내가 어렸을 때는 호기심이 많았어요?”
글쎄, 어렸을 때는 누구나 호기심이 많지. 아이가 특별히 호기심이 많았었나? 생각을 더듬어본다. 큰딸은 어릴 때 유난히 높은 곳에 많이 기어 올라갔었다. 의자를 치워버려도 화장대 위, 피아노 위, 싱크대 위를 가리지 않고 올라갔다. 그리고는 거기 있는 물건들을 다 꺼내놓았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많다고 믿었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미끄럼틀도 높은 곳에 잘 올라갔고 트램플린도 그 누구보다 높이 탔다. 호기심이 아니라 용감했던 걸까?
“주변에 좀 무심한 편인 것 같아.”
“그건 우리 식구들이 다 그렇지. 자신에게 가장 관심이 많지. 아닌가?”
“맞아, 엄마. 난 나한테 제일 관심이 많아.”
딸은 이번 학기에 감정, 심리 관련 교양과목을 듣고 있다고 했다. 감정을 잘 다루고 싶고, 잘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수업 내용이 흥미롭고 상담을 받아보고 싶어 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와 남편을 걱정한다. 아이가 우리 부부를 걱정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고마우면서도 좀 부끄럽다. 한편 미안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의지가 된다.
“엄마는 대단해. 계속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니 말이에요.”
“가만히 있으면 몰랐을 텐데, 이것저것 하다 보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 그럼 자꾸 배우고 싶어지는 거지, 뭐.”
“그건 그렇지. 맞아.”
딸은 맞장구를 쳐준다. 큰딸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나이 쉰둘에도 계속 배우기만 하고 싶은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갑자기 미안해졌다. 급하게 덧붙인다.
“지금은 해야만 하는 일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지. 졸업작품도 준비해야지, 수업도 들어야지, 시험도 봐야지. 바쁘잖아. 기다려 봐. 좀 여유가 생기면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길걸?”
“그럴지도. 여하튼 엄마, 재밌겠네. 잘 배워봐요.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아, 철딱서니 없이 이 한마디에 행복해진다. 그리고 그냥 마음을 놓는다. 그래. 잘 배워봐야지. 건강도 잘 챙겨야지.
기집애. 진정한 격려의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