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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정 Jun 04. 2023

한 달의 휴가와 1,000만 원이 생긴다면

한 달의 휴가와 1,000만 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질문을 받았다. 음, 나에게는 오래된 버킷리스트가 하나 있다. 언제부터 이런 꿈을 꿔왔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디선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지금으로선 시간도 비용도 꿈일 뿐이라 더 욕심을 내게 하는 소망이다. 게다가 한 달의 휴가뿐 아니라 1,000만 원까지 제공된다니,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나는 매일 그리운 이를 한 명씩 만나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30일이니 우선 30인의 목록을 작성해야겠지? 

누구와 시간을 보낼까?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30인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어쩌지? 아, 걱정이 된다.

어디에서 만날까? 그건 누구와 만나는 가에 따라 달라지겠지.

만나서 무얼 하지? 함께 숲길을 산책할 수도 혹은 시끄러운 시골 장터를 돌아다닐 수도 또 종일 뜨뜻한 방바닥을 뒹굴며 수다를 떨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최고급 호텔에서 감질나게 나오는 정찬을 즐길지도 모른다. 만나는 이와 계획을 세울 생각에 벌써부터 행복하다.

어쨌거나 난 한 달 내 그리운 이들과 내 마음이 이끄는 곳에서 하루를 꼬박 평화롭게 보내고 싶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면 나는 충만함으로 가득 차 다시 오십 년은 더 너끈하게 행복할 것 같다.



굳이 한 달의 휴가와 1,000만 원이 없이도 그리운 이들을 만날 수 있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살다 보니 참 쉽지 않다. 무에 그리 바쁜지 여유가 없다. 50이 넘어가니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이 허락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매일 조금씩 깨닫기도 한다.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없이 기쁘겠지만, 조금 변형시켜 다시 계획을 세워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한 달에 한 번. 그럼 1년이면 12명의 그리운 이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정도는 바로 시작할 수 있지 않겠나. 당장 목록부터 작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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