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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정 Aug 10. 2023

봄날의 책방에서

여름 휴가 마지막 날, 거제에서 경기도로 올라오는 길에 잠시 통영에 들렀다. 통영은 들를 때마다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는 섬 중 하나다. 오늘은 정말 잠시 들러 섬 주위를 반바퀴 드라이브하며 바다를 즐겼다. 그리고 지난 2월 남편이 한 달 살이를 하고 왔던 동네에 있는 작은 책방에 들렀다. 시흥으로 귀환하는 남편을 만나러 갔던 날이 하필 휴일인 월요일이었던 탓에 닫힌 문 너머로 들여다보고 온 게 아쉬웠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전혁림 미술관을 둘러보는 사이 남편과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넓다. 아기자기하게 책의 종류별로 작은 방이 나뉘어 있어서 좋았다. 문학 작품들을 선별해놓은 방에서 한강 작가의 '디 에센셜' 목록을 살펴 보다 내가 좋아하는 시 '파란 돌'을 발견하고 책을 펼쳤는데 어머나, 단편 소설이었다. 밀려있는 책들을 먼저 해결하는 게 좋겠다는 남편의 조언에 따라 가까스로 참고 나왔지만, 무척 탐이 났다. 이어진 옆방은 '부엌'이라는 공간으로 구성하여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 책을 모아놓았는데 '순례 주택' '고요한 우연' 등의 소설과 '파란 하늘 빨간 지구' 등의 환경 관련 책자들을 함께 둔 것이 재미있었다. 특히 '착한 아이 버리기'가 눈에 들어와 잠시 읽다 왔다. 꼭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목록에 두 번째로 올라갔다. 작은 오르간이 함께 있는 그림책 코너에서 한참을 킥킥거리다 아이들이 기다린다며 얼른 출발하자는 남편에게 끌려 나왔다. 두 곳은 미처 보지도 못해 아무래도 핑계 삼아 다시 통영에 와야 할 듯하다.

나이가 들면서 몇 가지 새롭게 꾸는 꿈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작은 책방 겸 게스트 하우스다. 아, 그곳에서 1인 출판사도 겸하고 싶다. 바다가 보여도 좋고 넉넉한 산 그림자를 등에 지고 있어도 좋을 듯하다. 주변에 과실수를 심고 텃밭을 가꾸며 책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몇 살쯤에 꿈을 이룰까, 진지하고 즐겁게 고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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