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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정 May 05. 2021

주장하는 글, 써보실래요?

논쟁 후 뒤늦은 후회로 잠 못드는 밤을 줄이고 싶다면.

남편과 논쟁거리가 있어 목소리를 높인 날 밤은 편안히 잠을 청할 수가 없다. “아까 이 말을 꼭 해야 했었는데.”, “그 말은 안 하는 편이 나았어.” 또는 “내가 왜 그런 생뚱맞은 말을 했을까?”라는 후회와 깨달음이 뒤늦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요할 때 적절한 근거를 대 논리적으로 말하기. 단지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어도 생활 곳곳에서 내 의견을 조리 있게 표현하기 위해 필요하다. 바꾸어 말하면 내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도이기도 하니 말이다. 


말과 글은 설득을 목표로 할 경우가 많다. 글의 종류에 따라 표현이 달라질 뿐이다. 서정적 에세이에서조차 우리는 내 마음을 전달하고 상대가 그 마음에 설득되어 공감하기를 원하며 글을 쓴다. 주장하는 바가 뚜렷하다면 훨씬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설득하려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해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까? 잠 못 드는 후회의 밤을 사라지게 해 줄 ‘논리적 말하기’를 연습할 수는 없을까? 물론 말하기와 글쓰기는 다른 면이 있다. 그래도 혼자서 무한정 반복해 도전할 수 있으니, ‘주장하는 글’을 쓰는 것으로 연습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싶다.     






보통 주장하는 글은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우선 글의 첫머리다. 처음, 도입부 혹은 서론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글도 마찬가지다. 주장하는 글의 첫머리는 글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런 주장을 하게 된 계기나 배경을 설명하게 된다. 말하자면 뜬금없이 이런 주제에 관해 특정한 입장을 갖게 된 것이 아니며,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배경이 있음을 밝히는 부분이다. 물론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부터 다룰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읽는 사람들이 이 문제가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내 목소리에 좀 더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형성된 공감대 위에 주장하는 바를 명확하게 밝히고 본격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된다.      



가운데 혹은 본론은 서론에서 언급한 내 주장에 대해 그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는 부분이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적합한 방법으로 잘 활용해야 가치가 생긴다는 뜻이다. 주장도 마찬가지다. 합당하고 의미가 있는 주장이라도 적합한 방법으로 잘 서술해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주장에 대한 이유를 잘 밝히려면 우선 정돈된 형식을 띠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둘째, 셋째’ 혹은 ‘우선, 다음으로, 마지막으로’처럼 문단을 구분하는 단어를 사용해주면 읽는 사람이 훨씬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각 이유를 밝히는 문단은 두괄식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다. 모든 글은 중심문장과 그를 설명, 보충하는 뒷받침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두괄식 표현이란, 말하고자 하는 중심 내용을 가장 첫머리에 서술하는 방식이다. 두괄식 문단의 장점은 읽는 사람이 글의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는데 있다. 구체적인 사실을 먼저 설명하고 결론으로 중심문장을 이끌어내는 것도 좋지만, 두괄식 표현은 훨씬 강렬하게 핵심 문장을 각인시켜준다. 

이유를 밝히는 첫 핵심 문장을 썼다면, 근거를 밝히기 위해 이어지는 문장은 세상의 일반적인 상식이나 통념들을 거론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 쉽게 마음을 연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경구나 상식에 기반한 논거 제시는 다음에 이어질 구체적인 근거 사례나 통계치와 같은 자료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이고 생생한 자료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를 신뢰하기 마련이다. 가령 자녀 친구 엄마들에게 들은 이야기와 교육청에서 발표한 설문 자료 중 어느 쪽에 더 믿음이 생기겠는가. 그리고 내가 서론에서 언급한 주장에 대해 본론에서 밝힌 첫째, 둘째, 셋째 이유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들 근거자료가 되겠는가. 물론 반드시 기관의 말일 필요는 없다. 상대가 소수의 인원이라면 그들과 내가 모두 인정하는 신뢰받는 인물의 말이라면 족할 경우도 많다.      



본론에서 충분한 이유와 그 이유에 대한 논거, 근거 그리고 뒷받침 자료들을 밝혔다면, 이제 글은 마무리에 접어들어도 좋다. 결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마무리 부분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루면 좋을까. 마무리는 글을 맺는 부분이다. 주장하는 것이 무엇이었나 상기시키고 본론의 내용을 요약해서 간단히 언급하거나 유명한 경구를 인용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의 주장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나의 기대를 한껏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마무리 부분에서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학창 시절 뫼비우스의 띠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직선의 띠를 한 번 꼬아서 끝을 붙이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면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을 뫼비우스의 띠라고 한다. 마치 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마무리에서 글이 맺어지지 못하고 새로운 의견을 제시해 끊임없이 본론과 마무리를 오가는 경우가 있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금물이다.              





 

논쟁 끝에 쉬 잠들지 못한 밤이 건져 올린 ‘주장하는 글쓰기 연습’이라 어쩌면 분을 참지 못해 급조해 낸 얕은 수일지도 모르겠다. 하나 주장하는 글을 쓰다 보면, 자료를 찾게 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글을 쓰는 이유는 생활 가운데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일들을 발견하고 그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을 다듬어가기 위한 것이 아닐까. 주장하는 글을 쓰면서 일상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찾아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다져나간다면, 내 말과 글 역시 더 깊어지리라 믿는다. 그래서 상대에게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고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의 논쟁에서 나를 잘 전달하고 싶은가? 단지 논쟁에서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온전하게 마음을 나누기 원한다면, 지금 ‘주장하는 글’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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