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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아 Sep 13. 2017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앤드루 조지의 사진전을 관람하고 느낀 것




가을의 햇살이 적당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나를 스쳐가는 날이다.

그곳에 오늘 내가 가게 된 것은 우연이자, 어떤 끌림 때문인 것 같다.

비관적이던 요 근래의 내가 우연찮게 이 전시회를 알게 되고, 혼자 그 곳에 가게끔 나를 이끈 것은 어쩌면 누군가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사진전은 앤드루 조지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과 맞닿아있지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담담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의 사진과, 그 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고스란히 글로 옮겨놓은 전시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음이 최악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진짜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선마냥, 조금은 숙연해지기도 했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천천히 읽고 또 곱씹었다.

그 들의 이야기 속에는 두려움이 묻어있기도, 강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침햇살처럼 따사롭기도, 새벽의 공기처럼 차갑기도 했다.


사진전의 한 쪽 공간에는 벽면에 여러 질문들이 빔을 통해 쏘아졌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곳이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 참으로 본질적인 질문들.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될까요?

-기쁨을 느끼는 게 있나요?

-다시 한번 살고 싶은 삶이었나요?

-후회한 적이 있나요?

-당신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필요했던 일과 하고 싶던 일을 한 적이 있나요?


이 질문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은 단순한 것 들.

내가 만약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나 자신과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결코 내가 매일 잠들기 전 하는 고민이 아니라 작은 것에 느꼈던 행복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그 사람은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할까?, 내일 출근하면 또 무슨 일을 시키려나?, 그 돈은 또 어디에 나가야 하는데, 누구는 매일 여행 다니던데 나는 왜 똑같은 일상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까?'

이런 것들이 과연 죽음의 앞에서 중요할까? 생각조차 않을 티끌 같은 것들에 불과하다.

오늘의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아이린의 글에 쓰여있 듯, 삶의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햇살 한 줌이, 맑은 한 숨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될 것이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과 다시 돌아가고 싶은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는 것.

우리는 충분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모자란 것에만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매번 되뇌어야 한다.















숨을 쉴 수 있기에, 하루하루가 더 나은 나날이에요.
인생에서 성공의 열쇠는, 열쇠가 하나 이상 있다는 걸 깨닫는 데 있어요.
여러분은 인생의 편도 티켓을 쥐고 있는 셈이에요. 인생을 허비하지 마세요.
그리고 스스로 행복하게 만들어야 해요. 다른 사람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순 없어요
삶의 진정한 의미는 그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에 있어요
시간은 정말 소중한 거예요. 그래요. 정말 소중하죠.












1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

삶과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는 듯하다.

사실 죽음이 나에게 가까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2017년 5월 2일,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며 죽음은 허망하고 허무하다는 것을 느끼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빠는 어쩌면 느꼈던 걸까? 스스로 알고 계셨을까?

알고 계셨음에도 끝까지 우리를 안아주려 했다는 사실이 가장 슬프다.

지금의 나는 아빠가 원했던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아빠가 곁에 계셨을 때 늘 해주시던 말들, 지금 내 옆에 계셨더라면 해주었을 말들을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아빠가 없음을 슬퍼하지 말고, 아빠가 이제껏 나에게 주었던 사랑을 늘 기억하며 그 사랑으로 내가 자라왔음을, 절대 모자라지 않은 행복을 가진 사람임을 기억하고 감사하자.

아빠는 늘 내 곁에 있을 것이다. 바람 속에, 햇 살 속에, 그 어딘가에 늘 함께 있어 줄 것이다.

그러니 아빠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자.

1년 후의 나는 조금 더 떳떳하고 정직한 사람이 되어 있기를.


사진전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삶의 소중함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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