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책이 사고 싶은 그런 날이 있어
일단 책방에 들어서면 코끝에 맴도는 종이 냄새를 좋아해
종이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촤-악하고 가라앉는 느낌이 좋아
백지처럼 조용한 책방에서 발걸음을 몰래몰래 옮기는 것도 꽤 스릴있는 편이야
누가 먼저 가져갈까 싶어서 마음에 드는 책을 몇 권 골라 집은 다음, 내 옆에 내려놓고 나도 그대로 내려앉아서 책 속을 샅샅이 뒤져보는 일이 재미있어
어느 한 권을 집어오는 일보다는 그게 더 재미있어
그러다가도 그중에 한 권 쯤은 꼭 가져오고 싶은 책이 생기더라
그럼 난 그 책을 난 꼭 가져와야 해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는 것처럼, 오늘이 아니면 그 책을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 것 처럼 애틋해진달까?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인 것 같아
수많은 책들 속에서 빛이 '반짝'하고 일었다 사라진 것 마냥 그 책을 우연히 집어 들게 되고, 꼭 그 책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자체가 말이야
빈손으로 집에 돌아오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반짝 빛을 내줘서 고마워
너를 알아봐 주길 기다리고 거기 있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