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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아 Jul 26. 2019

새벽에 나를 울린 너의 마음을 다시 읽으며.

#1

오늘 카페에서 아줌마들이랑 놀다가 뭐 이사 얘기, 혼자 사는 얘기 나오니까 한 아줌마가 말하더라고.

혼자 사는 데 제일 힘든 게 고독이라고. 그건 애인이 있건 친구든 가족이 있건 별개의 얘기래.
그리고 인간이 가장 취약한 게 고독 이래. 생의 막바지까지 느끼는 게 외로움이니까.
그래서 고독을 이겨낸 사람들은 뭐든 이겨낼 수 있대.
그러면서 너는 혼자 십 년을 산 거니까 인생 고독의 절반은 지난 거나 다름없다고 하더라.
꽂히더라고 그 말이.
좀 외롭고, 세상에 혼자 동떨어져있다고 느낄 때가 한창 많다가 이제 그걸 초월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인 지 일이 년 된 거 같은데 그 이후로 내가 내 삶을 대하는 게 달라진 거 같기도 해. 자존감도 그때부터 올라가고.

오늘은 그 말 듣는데 네 생각이 났다. 옆에 누가 있든 간에 한창 외롭고 고될 거 같아서. 네가 아줌마가 말한 그 시기를 지나고 있지 않을까...
근데 아줌마 말대로 이걸 또 잘 지나가면은 더 괜찮은 너를 마주할 수 있을 거 같아.
네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는 걸 잊지 말고 너무 외로워하지 말고
그래도 어차피 네가 안아야 할 니 선택들이니까 그 말로 표현 못할 고독을 이겨낼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에 여행 때문에 어떤 친구랑 같이 가게 된다 말하면서 니 얘기를 많이 하게 됐는데,
넌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걸 또 느꼈어.
내가 여행 때도 말했지? 넌 친구에 대한 불만 같은걸 말하지 않느냐고,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그런 면도 너는 속앓이를 한다지만 너무 어른스럽다고 느끼고..
나는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최근까지 네 외모 가지고 장점을 많이 찾았거든? 그리고 웃음이 많은 거랑 나랑 그 코드가 잘 맞는 거랑.
근데 그 외에도 배려가 정말 많고,
생각도 깊을 때가 많고,
항상 자기반성을 하고 있고.
감수성도 적절하게 풍부하고.
점점 더 느껴서 아, 그래도 우리 관계를 잘 유지해서 여행까지 갔다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또 그래서 더 아쉽기도 했었고.
그만큼 그냥 옆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
나처럼 너를 오래 보는 사람들은 점점 더 너한테 좋은 점만 더 발견할 거 같아.
너는 있는 그 자체로 아주 멋지다. 진부하지만.
내가 너를 참 예쁘고 괜찮은 애라고 더 생각할수록 점점 더 너한테 같지 않은 조언들을 덜 하게 됐다는 걸,
네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만하고 너는 네 삶을 그렇게 꾸려갈 만한 사람이라고 느꼈다는 걸,
나만 알고 있으려고 했는데
그냥 달이 좀 밝아서 꺼내본다.

많이 걱정하던 건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가 아니라,
애석하게도 네 결혼이 깨지고 말고 가 아니라,
이 일이 너한테 어떤 영향을 끼칠까였다.
근데 그 또한 네가 씩씩하게 자알 풀어나갈 거 같기도 해서
걱정은 접어두려고

넌 진짜 괜찮은 애야. 내가 보장함.
그래서 행복할 수 있을 거야.
괜찮은 사람한테는 행복이 따라오니까.

오늘 밤 푹 자길 바란다


#2

우리가 별 것 아닌 일, 혹은 별 것 인일로 틀어졌을 때.

되게 마음에 걸리더라. 너와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너를 오랜만에 봤을 때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

짧다면 짧은 반년을 지내고 만난 너는 굉장히 차분해져 있었고 그 어떤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해 보였거든.

근데 나는 여전히 휘청이고 있었고 겉으로만 괜찮은 사람이었어.

6개월 전 나와 같이 휘청이던 네가 나와는 달리 너의 길을 행복하게,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한 지 알아?

나만 너무 개차반이구나. 다른 사람들은 점점 나은 삶을 살아가는구나. 이제 나는 어쩌지?

괜찮아진 너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씁쓸한 날이었어.

그 날을 흘려보내고 우리가 다시 두 번째 만남을 가졌을 때도 나의 속내를 내비치는게 여전히 어렵더라.

너에게 나의 속내를 비추고 집에 돌아오니 괜히 속이 쓰렸던 걸 아직도 기억해.

나의 못난 모습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거야. 적어도 너에게는.

너는 늘 나의 연애에 대해서 동경한다고 얘기를 했었고, 그 마음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

사람이 간사한 건지 내가 간사한 건지 모르겠지만 늘 자신의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안되잖아?

근데 내가 그랬던 것 같아 너한테.

마치 sns에서 나의 행복한 순간들만을 업로드하면서 내가 늘 행복한 사람인것처럼 나의 좋은 모습들만 보여주고 싶었나 봐.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척 나를 포장하려는 내 모습을 봤을 때 네가 어땠을까 싶어. 내가 너였다면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러느냐고, 네가 안돼 보여도 잘됐다고 얘기했을 거야.


근데 다 지나고 보니까 네가 나를 정말 생각해서 한 말들이었구나 싶은 거지.

난 항상 순간에 위로가 될 수 있는 말, 나한테 좋은 말을 해 주는 사람들에게만 곁을 준 것 같아.

근데 넌 아니거든.

너의 주관을 가지고, 네가 모진 사람이 된 다한 들 그것 또한 신경 쓰지 않고 상대방의 최선이 무엇인지 뭐가 잘못된 건지 얘기해줄 줄 아는 깊은 아이였거든.

네가 친구들의 관계에 있어서 매듭을 지어버리는 상황들을 듣고 지켜봤을 때 난 이해하지 못했어.

왜 쉽게 사람을 끊어낼까... 네가 힘들지 않기 위해서는 아닐까...

근데 내가 겪은 너라는 사람은 네가 힘들지 않고 싶어서 사람을 끊어내는 생각이 깊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도,

네가 얼마나 넓고 깊은 생각을 한 뒤에 그러는지도 알겠더라.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에 너처럼 생각이 깊고 많은 사람은 몇 없다고 많이 느끼거든 요즘.

그래서 네가 더 걱정이 돼.

난 생각이 깊다지만 짧은데 넌 그 깊은 생각들 속에서 얼마나 힘들까.


너의 선택이 다 옳진 않겠지만 너의 선택이 틀리다고 감히 얘기하지 않을 거야.

넌 그럴만한 이유가 늘 있었던 거고,

너 자신을 그 누구보다 아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이번에 함께한 여행에서 달을 좋아하는 너의 모습을 보고 느꼈어.

내가 너를 몰랐었구나, 이제야 조금씩 너라는 아이를 알아가고있구나.


우리가 함께 본 달 아래서 서로 어떤 생각에 잠겼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달 빛을 같이 바라봤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


나의 어딘가에 깊숙이 숨으려 하는 속내를 자존심 따위 거르지 않고 너에게 비출 수 있게 된 지금에서야 너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나는 늘 행복하진 않지만 그것 또한 나라고 얘기할 수 있게 해 준 min.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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