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만큼 아프다고,
누군가를 깊이 새겼었기에 깊이 아파해야만 했었다.
좋아했던 만큼 아프다는 걸 절실히 느낀 다음엔 누구와도 사랑이라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도 했었다.
이렇게 아플 바에야 혼자 고독에 시달리는 게 나을 거라는 미련을 뱉으며.
얕은 인연도 우습게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이 너를 만난 이후였다.
처음 만나게된 건 우연일지 몰라도 우리를 이어가게 만든 건 우연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였고 그 의지가 우연의 힘보다 강해졌을 때쯤엔 너라는 존재가 전부가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또 다시 누군가 나의 전부가 되고나니 무서워졌다.
감당할 수 없는 너의 빈자리에 혼자서 떠안아야할 적막이 너무나도 익숙해서.
잠시 잊고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바다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를 만나다보면 보이지않는 바다를 잊고 지내게 된다는 것을.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도 보지못하는 바다가 더 넓다는 것을.
너는 파도처럼 거세게 나를 철썩거렸고 나는 철썩이며 불안해야만 했다.
내 모래알들을 또 다시 모두 빼앗길까봐.
사랑이라고 부르는 모호한 감정들 끝에선 결국 내가 가졌던 모래알들을 나도 모르는 새 빼앗겨가는 과정임을 잠시 잊었었다.
나의 작은 모래알들을 빼앗아 간 너라는 바다가 몹시도 높고 넓었고 아직도 다 보지못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는 중이다.
이미 모든 걸 빼앗긴 지금은 또 다시 빈 모래사장이 되었다.
나의 모래사장에 존재하던 색색들의 조개가, 나의 반짝이던 모래알들이
너로 인해 텅 빈 모래사장이 된 건
너에게 모든 걸 내어준 것이었다는 걸 너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