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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2 재무제표로 기업의 숨겨진 비밀을 읽다

2.1 기업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재무제표

by 논리회계학자

재무제표는 숫자로 이루어진 책이다. 복잡하고 딱딱한 숫자의 나열 같지만 그 속에는 기업의 현재와 미래, 전략과 실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한 회계원리를 넘어 기업의 진짜 얼굴 그리고 숫자 이면에 감춰진 속내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회계 수업이 지루하게 느껴진 경험이 있다면 아마도 정답을 외우는 공부 방식 때문일 수 있다. 회계 전공자이거나 직장에서 재무제표를 다뤄본 경험이 있어도 막상 금융자산 분류처럼 추상적인 개념은 선뜻 설명하기가 어렵다. 지금부터 그 이해의 사각지대를 함께 채워나가고자 한다.

회계는 어렵고 휘발성이 강한 학문이다. 휘발성은 각 계정의 정의를 단순 암기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회계를 기업사용하는 언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석가에게 필요한 것은 계정과목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계정의 변화가 기업의 재무상태와 손익에 어떤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지를 예측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리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재무제표는 복식부기라는 원리에 기반하여 작성된다. 복식부기는 ‘자산 = 부채 + 자본’ 이라는 기본 등식으로 표현되며 자산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면 이에 대응하여 부채와 자본도 함께 변동해야 등식이 성립한다.

예를 들어, 기업 A가 자본금으로 현금 100만 원을 납입하고 회사를 설립했다면 설립 시점의 재무상태표는 현금 100만 원 = 부채 0원 + 자본 100만 원이 된다. 회계는 복식부기를 기반으로 하기에 한 계정의 증감은 반드시 다른 계정의 증감을 동반해야 한다. 즉, 재무제표를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계정 변화가 다른 계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는 곧 기업의 상태를 해석하는 데 직결된다.

기업 설립 초기의 등식은 ‘자산 = 부채 + 자본’으로 표현되지만 이후에는 수익과 비용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이 반영된다. 이에 따라 등식은 ‘자산 = 부채 + 자본 + (수익 - 비용)’으로 바뀌게 된다. 부호를 일치시켜 표현하면 ‘자산 + 비용 = 부채 + 자본 + 수익’으로 재정의할 수 있다. 회계에서는 등식의 왼쪽을 차변, 오른쪽을 대변이라고 하며 차변의 항목이 증가하면 대변 항목도 동일하게 증가하여 등식이 유지된다. 이때 등식은 모두 (+) 기호를 가지고 있으므로 발생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자산의 증가 + 비용의 발생 = 부채의 증가 + 자본의 증가 + 수익의 발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 A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금을 조달해 재고자산을 구입하고 이를 판매한다면기업의 차변과 대변에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현재 상태와 경영성과를 보여주는 보고서로 재무상태표, 포괄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자본변동표 그리고 주석으로 구성된다.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의 재무 상태를, 포괄손익계산서·현금흐름표·자본변동표는 일정 기간 동안의 재무성과를 나타낸다.


재무제표의 구성

핵심 보고서인 재무상태표, 포괄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는. 기업의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재무상태표는 일정 시점의 재무구조, 즉 자산과 부채, 자본의 잔액을 보여주며 포괄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는 일정 기간 동안의 경영성과와 자금의 흐름을 보여준다. 여기에 자본변동표와 주석이 더해져 비로소 기업의 전체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재무보고 체계가 완성된다.

재무상태표는 자산과 부채를 유동성 기준에 따라 유동·비유동으로 구분한다. 포괄손익계산서는 순자산(자본)변동을 수익과 비용으로 표시한다. 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잔여 지분으로 한 줄로 표현할 수 있지만 정보 이용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순자산의 변동 원인별로 구분하여 표시한다. 즉, 자본거래로 인한 순자산의 변동과 포괄손익거래로 인한 순자산의 변동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자본의 구성은 크게 두 가지 흐름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자본거래에 의한 변동이다. 이는 주식 발행, 배당, 자사주 취득·처분 등 주주와의 직접적인 거래에서 발생하며 재무상태표의 자본 항목에 바로 반영된다. 이 변동은 기업의 본질적인 영업활동과는 무관하며 외부 자본 유입이나 배당 지급 등의 거래적 성격이 강하다.

둘째는 포괄손익거래에 의한 변동이다. 이는 수익과 비용, 기타포괄손익 등 기업의 영업활동 결과로 발생하는 성과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변화는 포괄손익계산서에 먼저 집계된 뒤, 재무상태표의 자본 항목 중 당기순이익과 기타포괄손익으로 반영된다.

자본 변동 중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포괄손익거래다. 자본거래가 겉으로 보이는 변화라면 포괄손익거래는 기업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창출하고 어떤 비용을 감안해 어느정도의 이익을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내면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 구성 항목 중 가장 중요한 계정은 이익잉여금이다. 이익잉여금은 누적된 순이익의 집합체로 기업의 경영성과가 장기적으로 축적된 결과다. 따라서 자본총계가 동일한 두 기업이라 하더라도 이익잉여금의 규모가 더 큰 기업이 재무적 탄탄함과 투자 매력 측면에서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회계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두 기업을 비교해보자. 기업 A는 주식 100원을 발행해 자본금을 조달했다. 이 거래를 재무상태표로 표현하면, 자산 항목에는 현금 50원이 새롭게 계상되고 자본 항목에도 자본금 50원이 증가된다. 부채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으므로 자산 50원에서 부채 0원을 차감한 순자산은 50원이 되며 자본 50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처럼 주주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자본의 증가는 '자본거래'로 분류되며 재무상태표상 자본 항목에 직접 반영된다.



기업 B는 보유 중이던 재고자산 100원을 150원에 판매했다. 이 거래로 인해 현금 150원이 유입되고 동시에 재고자산 100원이 감소된다. 기업 B의 자산 항목은 재구성되어 총 50원이 증가한다. 부채 항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으므로 순자산은 50원이 증가되고 이는 자본 50원의 증가로 연결된다. 이와 같은 순자산의 변동은 영업활동에 따른 수익과 비용, 즉 포괄손익거래의 결과이다.


이처럼, 자산이나 부채의 변동은 궁극적으로 자본의 증감으로 연결되며, 자본의 증감이 주주와의 거래에 의한 것인지(기업A) 아니면 영업성과에 따른 것인지(기업B)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포괄손익거래는 포괄손익계산서에 우선 집계된 후, 해당 항목이 재무상태표의 자본 계정과 기타포괄손익누계액 항목에 반영되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재무제표는 단지 숫자를 나열한 표가 아니다. 기업이 외부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며 그 결과 어떤 구조적 변화를 겪는지를 보여주는 설계도다. 기업은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결정을 내리고, 이는 자산의 구조 변화로 이어진다. 자산 구조가 바뀌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본조달 방식도 함께 변화한다. 예를 들어 차입금을 늘릴지, 증자를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자산과 자본구조가 변화하면 자연스럽게 비용구조도 바뀌게 된다. 감가상각비, 금융비용, 인건비 등의 고정비 또는 변동비가 구조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기업의 구조적 요인 변화

급격한 매출증가를 경험하는 기업은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 운전자산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자산만 늘려 대변과의 균형을 깨뜨리므로 부채나 자본을 추가로 조달해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자기자본보다 금융기관이 차입금에 의존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부채비율 상승, 차입금의존도 상승, 이자비용 증가, 영업활동현금흐름악화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난다.

결국, 재무제표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유기체다. 어느 하나의 재무제표가 변화하면 다른 재무제표에도 연쇄적인 영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포괄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를 독립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세 가지 재무제표 간의 구조적 연관성과 상호작용에 대한 통합적 해석이 필수적이다.

기업의 가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기업이 실제로 창출하는 경영성과로 표현된다. 경영성과는 자산의 운영 효율성과 함께 외부 차입 구조에 따라 발생하는 재무적 리스크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기업 분석에서 핵심은 자산운용 측면에서의 사업위험과 자본조달 측면에서의 재무위험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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