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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Hong Dec 03. 2023

낭만적인 장소여도, 경영이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경험을 선물합니다

카페라는 곳이 항상 쉼을 주고, 때로는 비일상적인 경험을 하게 해주는 곳이라 그럴까? 유독 카페 창업에 관해서는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게 느껴진다. "경험을 선물합니다"의 중심 메시지는 카페 경영도 경영이고, 매출과 비용 구조를 잡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결국 자기 브랜딩에 성공해야 한다로 읽혔다. 저자분 중에 한 분과 이전부터 대화를 나누어왔 던 터라, 이 메시지가 친구와 이야기하듯 다가왔다.

사업의 시스템

생각보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이렇게 돈을 못 버는거야?"라고 궁금해하는 사장님, 대표님들이 많다. 발뮤다의 창업자인 데라오겐이 쓴 책에서, 그도 사업초기에 재무를 담당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사실 답은 대표 본인이 기획하고 실행한 사업에 있었다. 당시 테라오겐이 팔았던 맥북용 스탠드의 원가가 가격에 비해 비싸고, 한 달에 생산할 수 있는 총량도 많지 않고,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공수가 필요했다. 카페도 이와 같이 파는 메뉴,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비용, 가능한 최대 판매치에 의해 매출이 결정된다. 다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숨은 비용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수익에 대한 잘못된 기대가 생긴다.


파스타 등 이탈리안 요리의 가격이 재료비에 비해 많이 높아 쉽게 돈 번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진정으로 마진율이 높은 메뉴는 국밥이다. 이탈리안 요리는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아직까지는 기분을 내기 위해, 오랜만에 외출해서 먹는 음식이다. 따라서 그에 걸맞는 서비스, 인테리어, 입지가 필요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회전율도 느리다. 국밥은 어떠한가? 어느 정도 깔끔하기만 하다면 인테리어는 흠이 되지 않는다. 조리 시간도 짧고 식사를 하는지 기계적으로 넣는지 모르는 직장인들의 식사 시간을 생각해보면 알겠지만,회전율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카페도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많이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카페는 참으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데, 직장인의 작업 공간, 학생들의 독서실, 심지어 과외 수업이 이루어지는 강의실 등으로 사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회전율은 처참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와인이라도 팔 수 있지만, 카페는 베이커리류가 아니면 객단가를 높일 방안을 찾기 힘들다.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

무언가 판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 전제되어야 한다. 카페를 하려는 분들 중에는 정말 커피를 좋아해서,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에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유독 자신이 원하는 경지에 오르기 위해, 자기가 원하는 취향의 카페를 만들기에 집중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다행히도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멋진 카페가 즐비한 양재천 카페 거리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카페는 재천이라는 고양이가 반겨주는 카페(지금은 주인분이 바뀌어서 재천이를 볼 수 없다.)였다. 인테리어가 더 멋진 곳도 있고, 조금 더 취향에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도 있었지만, 비공식 영업이사인 재천이가 배를 보여주고, 무릎에 올라와주는 영광을 선사해주는 기쁨을 이길 수는 없었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한계로 인해 한 카페가 가져갈 수 있는 소비자의 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틈새 시장의 공략도 가능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카페 커피 실력을 겨루는게 사업 성패를 가르는게 아니라는 것이, 오히려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이러한 카페 경영에 고렬할 것들이 사실 다른 사업의 경영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변리사로서 경력이 쌓이면서 친구들로부터 개업 제안이나 동업 제안을 종종 받는다. 농담삼아 그 많은 제안 중에 10분이상 고민한 제안은 딱 한 번이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거절이 쉬웠던 것은 제안에 빈틈이 너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친구로부터 조금 진지한 제안을 받았을 때 이렇게 질문했다.


"고객들이 굳이 너를 찾아와 일을 의뢰할 이유가 있냐? 어느 정도 규모 있는 특허법인에서 몇 년 일한 변리사는 변리사 중에 적어도 70%~80%는 해당 되는거 아니냐?", "그러면,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리는 xx하는 일에 얼마를 받을 건데? 그러면 세금, 비용 빼면 우리가 지금 우리받는 것 만큼 가져가려면 일주일에 몇 시간 일해야 되냐? 영업 활동하는 시간 빼고 그 정도로 일해서 그 만큼 가져갈거면 개업하는 이유가 있냐?"


용어는 다르지만, 책에서 저자가 창업 상담하는 분들에게 체크하는 부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런걸 고려하면 카페 창업이 어려운게 아니고, 사실 창업이 어려운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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