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가 되는 시스
변리사로서 특허 사무소나 특허 법인에 대한 추천 부탁을 받을 때가 있다. 출원 건 수가 작다면 대형 특허 법인이나 대형 특허사무소에서 막 개업한 변리사를 추천한다. 출원 건수가 일정 규모 이상이라면 소규모/중규모 사무소보다는 대형 특허법인 특허사무소를 추천한다. 대신, 먼저 추천했던 개업한 변리사의 사무소가 어느 정도 커지면, 일을 맡기는 걸 주의하라고 이야기 한다. 개인사업에서 사업체로,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은 쉽지 않고, 한 개인이 단순히 자기 일을 잘하는 것과도 별개이다. 따라서 한 명의 전문가로, 사업가로 유능한 개인 사업자더라도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품질이 무너지는 일은 흔하다. 무기가 되는 시스템의 내용들은 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강화해주었다.
시스템의 필요성
혼자가 아닌 여럿이 일하기 시작하면 시스템이 필요하다. 혼자 일하면 단순한 일이 여도, 여럿이 일하면 혼동이 발생한다. 또한, 간단한 것에도 각자의 절차와 기준에 따라 일하면, 소비자는 매달, 매일, 매순간 마다 달라지는 산출물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이고,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업무 우선순위를 세워야 한다.
우선순위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일이 늘었다는 것이다. 일이 늘어나기 시작할 때, 우선순위를 세워야 한다.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을 구분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은 간략하게 하거나, 자동화하거나 외주를 주어야 한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면 효율을 올릴 수 없다. 우선순위를 세웠다면 우선순위에 맞는 프로세스를 짜야 한다.
프로세스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 일한다면 커뮤니케이션, 일의 진행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혼자일 할 때는 커뮤니케이션과 공감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내 머리 속에 모든 것이 있고 나는 모든 과정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바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프로세스가 정립되면 각 구성원 별 일관성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일관성이 부여된다. 또한, 언제라도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올 때 일을 익히기 위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프로세스가 정립에는 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교육
구성원이 동감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일의 맥락과 의미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받기 위해 일하는 것 이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의미있는 일을 찾으려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심오하지 않더라도, 조금 유치할지라도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미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만들어진 의미를 되새기며, 너무 길지 않은 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은 구성원에게 성취감을 준다. 성취감은 금전 인센티브 보다도 강력한 도파민을 발생시키고, 타고난 워커홀릭에게는 회사에 계속 남을 동기를 준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이전과 훨씬 더 많은 일은 적은 구성원으로도 수행할 수 있다.
개인적 경험
4년전 쯤, 내가 속한 팀의 6명 중 2명이 출산휴가와 육아 휴직에 들어가고 2명이 퇴사한 팀을 맡게된 경험이 있다. 일은 이전보다 2배~3배로 늘어나는데, 이전과 같은 수의 인원으로, 새롭게 합류한 팀원과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일이었다. 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맞는 세부 규칙과 단기 목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목표에게 맞게 우선순위를 잡고, 주간회의와 개인 면담을 통해 시스템을 계속 점검했다. 이렇게 시스템이 재정비한 후에는 이전의 2~3배일도 이전보다 여유 있게 처리하게 되었다. 물론 해가 지나 일의 성격이 바뀌고, 일의 양이 늘어날 때마다 시스템은 업데이트에 업데이트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 때문이라도 개인 사업에서 확장하는 지인들을 볼 때마다, 시스템을 만들 것을 추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