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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Hong May 07. 2023

동네 레스토랑이 기업이 되기까지

세팅 더 테이블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식당 운영이 아닌, 일정한 컨셉을 가진 레스토랑을 여러개 운영하는게 규모있는 비지니스로 인정 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지금 던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예라고 대답할 것 같다. 그러나 언젠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쉑쉑버거의 창업자로 유명한 데니 메이어의 세팅 더 테이블은 동네 레스토랑이 규모있는 비지니스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레스토랑 경영은 어두운 곳에서 불법적인 돈 거래가 이루어지고 이중장부를 사용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때였다."

수십년 전의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규모의 이상이 기업이 컨셉을 기획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대해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팅 더 테이블은 대니 메이어라는 한 외식 사업가의 이야기지만, 외식업이 개인 사업에서 기업 규모의 비지니스로 발전해 나가는 한 산업의 변화를 보여준다.


훌륭한 레스토랑의 대표는 꼭 쉐프여야만 할까?


외식업이 기업화되려면, 개인의 기량에 의지하기보다는 시스템과 기획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유명 레스토랑은 오너 쉐프가 직접 경영하고, 쉐프가 곧 레스토랑의 정체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쉐프 개인에 지나치게 의지 하는 레스토랑은 쉐프가 모든 레스토랑에 매번 있을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와 대부분의 쉐프가 본인의 전공 분야가 있음을 고러한다면 메뉴의 한계도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의 기량에 의지하는 레스토랑이라면 확장성, 재현 가능성에 한계를 가진다. 이런면에서 대니 메이어가 어느 한 분야의 마스터 쉐프가 아니라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 아니었을까? 물론 대니 메이어는 레스토랑의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기획의 출발은 경험을 통한 본인의 취향 정의로부터


누군가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서비스/상품의 만드려면, 일단 자신이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리뷰로 유명한 파워블로거가 유명호텔의 총지배인이 되거나, 유명 식도락 블로거가 직접 음식점을 개업하는 사례를 종종 듣는다. 대니 메이어 역시 파워 블로거는 아니었을지 모르나 어릴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고, 성장환경 상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였다. 대니 마이어는 음식과 와인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취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도 모르는데 남이 좋아하는 것을 맞춘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일이다. 그리고 나의 취향을 알기 위해서는 충분히 경험하고 탐구해야한다. 다만, 한 명의 취향, 능력에 의지하는 비지니스는 항상 위험하다. 그래서 잘 갖춰진 조직과 성공을 복제할 수 있는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비지니스의 성장 - 기획, 채용, 운영의 시스템화


기업 규모의 비지니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획, 채용, 운영의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책의 초반부에 소개되는 레스토랑의 기획과 운영에 대한 많은 결정은 대니 메이어의 생각과 경험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책의 후반부에서는 점점 더 많은 동업자에게 의견을 구하는 장면이 소개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회의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의하는 것이 소개된다. 비지니스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각 분야의 전문 지식과 지혜가 필요해지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데니마이어는 이를 주요인사들이 참여하는 정기 회의로 해결한 것이다.


또한, 채용과 인사에 있어서도 각각 개별적인 규칙이 적용되던 레스토랑들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공통의규칙을 만들고 적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운영면에서는, 운영에 필요한 여러 기능(마케팅, 홍보, IT)을 중앙에서 제공하여 개별 레스토랑의 운영 효율을 높이고, 레스토랑 운영의 일관성을 유지하였다. 책에서는 대니 메이어가 운영하는 비지니스의 성장과 맞물려 기존의 거대 외식업 회사들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대니 마이어의 생각도 변화고 시스템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처럼 나온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해내지 못해 성장이 정체되거나 하락세에 접어드는 기업이 더 많을 것이고, 잘 못된 시스템화로 기존의 장점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대니 메이어에 대한 다른 책이 나온다면 이 지점을 더 자세히 다루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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