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장승재, 장승재 작가, 장승재 강사, 장승재 칼럼니스트
글을 매일 쓰다가 이번처럼 길게 펜을 놓은 기억은 없었다.
업무의 치이거나 밀린 강의를 보거나
아내와의 데이트에 매일 밤 적는 일기는 뒷전이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지나가는 감각에서 허전함을 느꼈다.
허전함은 삶에서 많은 감각과
감정에 밝은 빛을 내는 형광등과 같은 버튼이다.
버튼은 감정이 섬세해지고,
녹차 우린 물처럼 감각의 농도가 짙어지는 역할을 한다.
청국장에서 발현하는 냄새도 맡아보고,
지저귀는 새의 노래도 들어본다.
바쁘다는 핑계로 무의미하게 지나쳤던 소중한 것을 살핀다.
그리고 무언가를 쓰고 싶어지는 충동이 마구 샘솟는다.
쓰는 행위가 무거운 짐으로 느껴졌지만
허전함은 일상을 쓰게 만드는 동기이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에는 책상 앞에서 앉아 있어도
유튜브나 핸드폰만 만지작 만지작하며
‘내일 하자’라는 말만 거듭할 뿐 진척은 없다.
다시 좋아하는 것을 시작한다는 말은
혼합물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뭉툭한 물체가
물 위에 뜨는 원리와 유사하다.
치열하게 살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녀석은 매번 스멀스멀 어떤 감정이 올라온다. 누군가 말했다.
인생은 반응과 자극 속에 산다고 말이다.
몸의 갈증으로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
물맛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물의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가끔은 뒹굴뒹굴, 질질 짜는 짠내 풀풀 풍기고,
무료한 시간도 보내보고, 한심하다고 느껴지는
타임킬링 영화도 관람하며
부질없는 감정에 섣불리 무언가를 갖다 붙여보자.
더 나은 나를 위해 무리하게 애쓰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