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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세요! 당신을 지키는 면역력이에요!

(삶의 이모저모 48화)

by 장승재

이전 회사 동료였던 친구가 있었다.

일도 묵묵히 열심히 했던 그녀는 회사에서 노조 일을 맡게 되면서 조직 내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겪었다.

그녀는 마음이 상했지만 친한 지인이 자초지종을 물어도 어색하게 웃어 넘겼고,

직장 상사의 무례는 도를 넘었다.

그녀에게 감정을 억누르고만 있냐고 물었다.

진솔한 심정을 고스란히 내놓는 게 어렵다고 고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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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문화에서 말을 하며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학교에서 말하기보다 듣기를 강조하였고, 관계에서의 감정 연습은 부족하였다.

협동과 협력보다 비교와 경쟁을 강조했던 각자도생의 교과과정에서의

성숙한 행동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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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삶을 드러내는 것은 어려서 잘 모른다고

치부하거나 표현은 절제하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어색한 상황에 이르면 피하거나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러다보니 숨은 의도를 파악하거나 목소리의 톤, 강약, 단어의 선택, 눈썹 등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두루뭉술한 신호를 감지하기에 바빴다.

.

.

.

상대가 알아주면 다행이지만 챙길 여력이 없다면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곧 터질 분노의 시한폭탄은 겨우 잠재우기도 하지만,

해소되지 못한 울분은 자신의 몸으로 화살의 촉이 향한다.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으로 신체의 이상반응이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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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흐르는 바닷물에 흘려보내는 게 힘겨워서,

높은 빌딩처럼 무작정 계속 쌓으면 무너지는 법이다.

나는 당연히 갇히고 영문도 모르는 제3자에게 가해를 가할 수 있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입을 꾹 다무는 건 건강한 자기표현을 하지 못하는 비극의 원천이다.

상대의 반응이 무섭거나, 불이익이 가해질까봐, 멀어질까봐 두려워서....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어색하고 낯설겠지만 표현이 익숙해지도록 노력을 해야만 한다.

알아주기 바라는 태도는 나를 위험에 노출하며 병들게 할 뿐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

건강한 삶을 위하여

당당하게 말하세요. 그건 당신의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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