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감의 미학

들여다볼수록 더 좋아지는걸

by 제갈소정

알아감의 미학

제갈소정


아이들의 시선은 어른들이 보는 것과 다르다. 키가 작아 바닥에 더 가까이 있어서인지 평소에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본다. 가던 길을 빨리 갔으면 좋겠는데 이름 모를 수많은 풀과 꽃들은 물론 곤충들까지 하나하나 살펴본다. 시간에 쫓기지만 아이들이 손을 잡아 끌기에 잠시 쭈그려 앉아 계속 보다보면 하나같이 신기하고 아름답다. 아이들은 참으로 대단한 존재다. 이렇게 작은 세상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힘이 있다니.

분명 멀리서 보았을 때는 다 초록색이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다보면 그들이 가진 부드러운 줄기며, 잎맥, 이파리 모양 하나하나가 다 다르다. 색연필이나 컴퓨터로 그려내기 어려웠던 그라데이션은 물론 여러 색들의 조화가 완벽하리만큼 이름 모를 그들 안에 들어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라는 시가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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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준비하는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이 시가 또 생각난다. 처음에는 오로지 내가 알고지내는 그녀만이 예쁘다가도, 그녀의 친구들 이야기를 하나씩 듣다보면 그들도 하나같이 다 어여쁘고 아끼는 마음이 생긴다. 강의에서 만나는 대학생들도 처음에는 다 같은 청중이지만,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하나하나 개성 넘치는 반짝반짝한 청춘이 된다. 오래된 책이나 예전 드라마를 보다 그전에는 보지 못한 것들이 새로 보일 때도 참 즐겁다. 여행을 가도 아무것도 모르고 둘러볼 때랑 역사적 배경을 듣고 바라볼 땐 또 다르다.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알아간다는 건 이런 건가 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쁨을 느끼는 것 말이다. 관심을 갖고 자세히 보다보면 그들만의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그렇게 오래 보다보면 좋아진다. 물건들이나 장소, 영화도 그러한데, 풀꽃을 비롯한 인간은 오죽할까.

우리가 무언가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알아가기 위해서다.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그것을 바탕으로 내 안에서 수많은 것을 꺼내기 위해서 말이다. 세상만물을 알아가며 기뻐하고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 우리는 탐구한다. 물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지도 알 수도 없겠지만, 살아가면서 중요한 건 알고 연구해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아성찰은 모든 공부의 핵심이다. 다양한 방향의 앎이라는 자극으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나아가 그를 받아들이며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진다.

우리는 자신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또다른 상황에 처할 때마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진흙 속의 보석처럼 아직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이 풀꽃을 대할 때처럼 스스로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인정하는 법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었듯 그때 가졌던 호기심은 분명 우리 안에 있다. 잠시 바쁜 생활에 지쳐 잠들어있을지 모르지만, 알아가는 기쁨을 발견해줄 원동력은 분명 존재한다. 자세히 보다보면 예쁜 게 참 많다. 아는 만큼 보이며, 보이는 만큼 느낀다. 알면 재밌고 신기하며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이 생긴다. 오늘 하루도 많은 이들이 자기 자신을 비롯한 일상 속 작은 것들에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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