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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아지트 Nov 10. 2023

엄마표 김장김치 대신 트로트 한곡!

트로트 읽어드립니다 3 - 나훈아 '홍시'

지인이 농사를 지었다며 대봉시를 보자기에 싸서 선물해주셨다. ‘천천히 익어갈테니 오래 두고 맛있게 먹어요~’라는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차오른다. 단감을 채썰어서 김장김치 양념에 넣으시던 엄마가 생각이 난다.


 ‘울 엄마’가 부제목인 나훈아씨의 ‘홍시’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 땜에 울먹일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회초리치고 돌아앉아 우시던

울엄마가 그리워 진다

바람 불면 감기들세라

안 먹어서 약해질세라

힘든 세상 뒤쳐질세라

사랑땜에 아파할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해도 눈물이 핑도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해도 가슴이 찡하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울 엄마가 보고파진다     

노래 가사 속의 ‘울 엄마’는 걱정이 많으시다. 눈이 오면 눈 맞을까봐... 비가 오면 비맞을까봐... 바람불면 감기들까봐... 잘 안먹으면 약해질까봐... 힘든 세상에서 뒤쳐질까봐... 사랑땜에 아파질까봐...     


울 엄마도 그러셨던 거 같다. 세상 골치아프게 살지 말라고, 수학을 좋아하던 나에게 미술을 가르치려하셨나보다.  사랑 때문에 상처받을까봐 ‘연애하지말고 얌전히 있다가 엄마가 정해주는 남자랑 결혼하렴’  하셨나보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가면 내 가방이 무거울까봐 70인 엄마가 들어주시려 했다. 자기는 입맛이 없다며 국에 대충 밥을 말아드시면서, 내가 집에 간다고 하면, 수산시장까지 가서 싱싱한 대구알을 사오신다. 내가 알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1등급 한우를 굳이 양념해서 구워주신다. 엄마의 정성을 담고 싶으신거다. 허리와 발목관절, 손가락 관절이 안좋아서 부엌일을 하면 안 되는데도, 자식이 잘 먹는 그 모습을 보고싶어 신나게 음식을 만드셨다. 그때는 신나서 아픈줄도 모르신다. 그리고는 몇일간 앓아 누우신다.   

   

안타까운 마음은 짜증으로 나간다. ‘엄마, 제발 음식 만들지 말라니까!’. 그렇게 말하는 내 마음은 ‘엄마...나는 엄마 음식보다 엄마가 안아픈게 더 좋아...엄마 제발 아프지마...엄마 먼저 챙겨...제발’이었었을게다.     

날씨가 추워지면 득달같이 전화를 주신다. ‘춥다...나가지 말고 집에 있그라. 나갈 땐 뜨시게 입고 스카프는 꼭 하고 나가그라’. 그 말에도 나는 짜증이 난다. ‘내가 애야?’라는 그 말은 아마도 ‘엄마, 엄마 몸부터 챙겨...’였을게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8년이다. 오늘같이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엄마의 그 말이 그리워진다. ‘야야~ 춥대이~ 뜨시게 입고 나가그라’


 ‘김장 쪼금 했데이. 어제 보냈으이 오늘 도착할기라~보쌈도 삶아서 보냈데이.같이 무라’. ‘엄마! 올해부터는 김장하지말고 그냥 사먹자니까, 뭐하러 했어?!’라는 잔소리 듣기 싫어서 얼른 전화를 끊는 엄마에게 오늘은 말하고 싶다. ‘엄마, 고마워! 엄마 김장김치가 제일로 맛있드라. 내년에는 내가 가서 도울게...’라고 하고 싶다.     

 

오늘따라 부쩍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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