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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아지트 Jul 31. 2023

소원을 말해봐~

영화로 마음읽기 1


바라는 것을 이룰수 없는 삶과 바라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삶중 어떤 삶이 더 행복할까?’     


영화 <더 룸>에서는 우리로 하여금 '바라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새로 이사한 집에 비밀의 방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방에서 마음 속에 소망을 품으면 벽에 있는 복잡한 전선에 스파크가 일어나며 소망이 이루어진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화가의 작품, 최고의 와인, 다이아몬드, 돈...세상에서 가치롭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바라기만 하면 손에 쥐어진다. 그런데 한 가지 조건, 비밀의 방에서 얻은 모든 것은 그 집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그 집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순간, 먼지처럼 사라져버린다. 이름없는 화가이던 남편 맷은 고흐의 그림을 원작으로 갖고 싶어했고 그것을 얻었다. 아내 케이티는 최상급 다이아몬드를 비처럼 맞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된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케이티는 그 방에 들어가서 그녀가 가장 소망하던 것을 빈다. 남편의 허락도 없이 아기를 소망해버리고 아기가 정말로 나타났다. 그 아기도 집밖으로 데리고 가면 순식간에 노화되어 버린다. 아기는 자라 사춘기 소년이 되고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소망을 빈다. 엄마가 좋아하는 그 남자, 즉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은 외모로 변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엄마와 둘이서 영원히 함께 살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케이티는 이제 더 이상 아들이 아닌, 자신을 탐하는 괴물과 함께 가상의 세계 안에 갖혀 버린다. 케이티는 자신이 그토록 소망했던 그 아이로 인해 고통속에 빠진다. 맷과 케이티는 모든 가치로운 것들을 버려두고 비밀의 방이 있는 집을 탈출한다. 바라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그곳을 떠나는 것이 가장 바라는 일이 되어 버렸다. 바라는 것들로 가득했던 그곳은 그들에게 행복을 주는 곳이 아니었다.     

고흐의 그림, 최상급 와인, 다이아몬드, 돈, 심지어 아이조차 소유 그 자체로 행복을 주진 못했다. 어떤 것을 소유한다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것의 가치를 높게 매겨줄 때 가능한 모양이다. ‘돈만 많다면...’, ‘아기만 생긴다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새로 태어나는 겁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바라고 소망하게 되는 이유는 그것들이 채워지면 내가 행복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믿는 모든 조건들 때문에 불행해진다'고 말한다. 'uncontional happiness' 어떤 조건이 채워져서 행복한 게 아니라 '그저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상태'가 진정한 행복의 상태라고 강조한다. 어떻게 하면 그런 상태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최근에 ‘태어나서 요즘이 가장 행복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 PT를 받으면서 내 몸을 내가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아...나...살 고 싶 어’를 느껴보았다. 목 디스크 때문에 내 목을 내가 제대로 가누지 못했었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똑 바로 서있는 일이 어려웠다. 노인성 황반변성이 와서 바르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 내가 운동을 통해서 목을 가누고, 바로 서고, 바로 걷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사용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환갑이 가깝게 살았는데 신생아들이 배워야하는 것을 이제야 배우고 있다. 환갑...어쩌면 지금 나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내 몸부터 가다듬어 가다보면 환갑에서부터는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그런 내 마음을 읽으셨는지, 내가 운동하다가 힘들어하면 트레이너 선생님이 ‘새로 태어나는 겁니다!’라고 힘차게 외쳐주신다. 그 말은 나에게 보약처럼 스며들어 힘을 준다. ‘그래...새로 태어나자’   


영화를 보면서 '나에게도 누군가 저런 비밀의 방을 허락한다면 무엇을 간절히 바라게 될까...'생각해보았다. 딱히 떠오르질 않았다. 그동안의 삶은 '해야하는 것'들을 쫒느라 정작 '하고싶은 것'은 뒷전에 놓고 살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바라는 것에 서툴러져 있었다. ‘돈’ ‘건강’ 관계‘ ’미모‘...그저 상상으로만 바라는 일조차 ’너무 욕심내면 화를 부를건데...‘하고 자체검렬을 하고 있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났다. 그래도 나는 오늘, 어제보다 더 건강해져 있으니 그것으로 감사하다. 목디스크, 허리디스크 증상 없이 내 발로 바닷길을 걷고, 파도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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