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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아지트 Sep 03. 2023

20년마다 배우자를 바꿀수있는 법...?

내 안의 '블루독' 이야기 3

   

제목에 끌려서 보게 된 영화 <이 사랑, 최선일까>. 나는 이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본다. 사랑이라는 말의 정의조차 생각해보기도 전에 이미 나는 기혼자가 되어 있었다. 주어지는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결혼 30년이 되어서야 ‘사랑’ 그게 뭘까...생각해보게 된 나다.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사랑의 양태로, 혹은 받고 싶었던 양태의 사랑을 사랑이라 여기며 산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 자신이 사랑이라 여기는 그것을 주려 한다. 상대방에게 그것이 어떤 것으로 경험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지는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알지 못한다.     


‘소와 사자의 이별이야기’사랑 저마다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자칫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다는 것보여준다. 


어느 날, 사자는 들판에서 일하고 있는 소의 참해보이는 모습에 반한다. 소는 야성미가 넘치는 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연애 기간동안에는 서로에게 맞춰줄 수 있었다. 구역질을 참아가며 피가 뚝뚝 떨어지는 양고기를 억지로 한입 베어물고 ‘아...고마워!’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소리를 듣고 싶어서 사자는 매일 신선한 양고기를 사냥해왔다. 소는 온 집에 진동하는 피 냄새를 견딜 수가 없었다. 사자의 사랑은 커져만 갔다. 그럴수록 소는 더 야위어갔다. 사자는 소가 왜 야위어가는지에대해 알려하기보다는,  ‘내가 얼마나 위험한 벼랑끝에서 이 양을 잡아왔는 줄 알아?!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구...내가 나 혼자 먹자구 그런 고생을 한 것 같아?’라며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지 않는 소를 원망한다. 소 역시 그동안 참았던 설움을 터뜨리며 ‘나는 당신이 잡아온 그 고기 냄새 때문에 하루 종일 온 집을 청소하고 환기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당신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관심이 있긴 해?!’라며 울어버린다. 결국 둘은 ‘사랑하기에 돌아선다...’는 거짓말을 뒤로 하고 이별을 한다.   

   

‘나는 솔로’라는 매치메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어떤 남성은 횟집에 가서 여성이 데이트 중에 다금바리 회를 혼자 다 먹어버린 것 때문에 그녀를 향하던 관심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한다. 그 남성에게 음식은 곧 사랑이었던 모양이다. 사회적으로 명성을 가진 전문직의 남성이었는데, 그 남성에게는 흠뻑 채워지지 않은 구강기적 욕망이 남아있었고, 그 결핍을 채워주는 것을 사랑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여성은 자신에게 ‘공주님’이라고 불러주는 남성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상대방의 외모나 나이보다 그 남성이 자신을 공주처럼 대해주는 것을 사랑이라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는 ‘다금바리회’가 사랑이요, 누군가에게는 ‘공주님 대접’이 사랑이다.      


상상해본다. ‘다금바리 남성’과 ‘공주님 여성’이 결혼을 한다면...


아내가 공주 풍의 그릇에 형형색색의 화려한 샐러드를 열심히 만들어놓고 퇴근하는 남편을 맞이한다면...일찍 퇴근한 남편이 ‘우리 공주님~ 고생했어! 맛있는 음식 만들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준다면...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두 사람은 오래오래 아주아주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로 끝나는 동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다 만약 어느날, 밥 숟갈 놓고 바로 잠이 들어버리는 무심한 남편에게 ‘어떻게 공주님한테 이런 푸대접을 하느냐, 말로만 공주님이라고 하면 그게 다냐?!’고 불만을 갖게 되고, 더 이상 아내의 이쁘기만 한 음식에서 맛있음을 느끼지 못한 남편이 ‘얼큰한 동태탕이나 끓이지, 맨날 샐러드냐...’라는 불만을 갖게 된다면...     


결혼 전에는 ‘이 사랑, 최선이다!’라는 확신으로 결혼하는데, 어째서 결혼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 사랑, 최선일까?’로 변하는 것일까...     


만약 모든 결혼하는 커플에게 20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법을 제정한다면 어떨까? 2년마다 전세계약서를 다시 쓰듯이...20년후 재계약서를 쓰게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긴장감을 놓지않게 하지 않을까...다음 계약에서 ‘재계약하지 않겠습니다. 같은 가격에 더 좋은 집이 있더라구요...’하며 세입자가 떠나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게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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