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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아지트 Sep 09. 2023

'완성도'보다는 '완성'이 목표입니다

내 안의 '블루독' 이야기 4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일은 초보자가 되는 일이다. 초보자의 자리는 무능함, 좌절감을 견뎌야하는 자리이다. 어떤 전문가라해도 초보자의 자리로부터 시작했었다. 그러나 초보자의 자리에서 겪어야하는 불안은 고통이다. 그 고통이 싫으면 익숙한 자리에만 머물면 된다. 하지만 그 익숙함의 자리에서는 정체된 것 같은 답답함을 만나야한다.  

   

나는 낯선 것에 대해 불안이 크다. 낯선 감촉, 낯선 냄새, 낯선 장소, 낯선 맛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여행도 그리 좋아하질 않을 정도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요즘 새로운 것이 궁금해진다. 빈둥지가 되고 보니 어딘가에게로 나의 리비도를 흘려보내고 싶어진 모양이다. 새로운 취미생활로 ‘나의 그림책 만들기’에 도전했다. 그림책을 배우러 갔다가 강사 선생님의 한마디에서 인생을 배운다.


 ‘완성도’보다는 ‘완성’이 목표입니다!‘     


‘선생님, 제가 이 그림책을 보고 살짝 패러디하려고 하는데 저작권에 문제가 생길까요?’라고 묻는 수강생에게,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의 목표는 일단 시작, 일단 완성입니다’라고 하신다. 무슨 일이든 시작도 하기 전에 예기 불안이 너무 많은 나도 그 말에 뜨끔해진다. ‘잘했다, 못했다’ 평가는 일단 완성후에 신경써도 늦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담아내서 한권이라도 완성해보는 것이 중요한 목표인거다.


왠지 그림책 한권을 완성하고 나면,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서 고민하느라 아직 시작도 못한 박사학위 논문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느라 시작조차 못해본 일이 얼마나 많은가...이것저것 건드려만 보고 ‘완성’까지 이르지 못했던 것은 또 얼마나 많은가...중도에 그만 둘때마다 느꼈던 자괴감은 얼마나 컸던가...시작은 내가 먼저였는데 완성은 나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다른 사람이 먼저 이뤘을 경우, 그를 위해 쳐주는 박수는 얼마나 씁쓸했던가...사실 그들에게 보내는 박수는 ‘해냈다’는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니었던가...     


남은 시간동안에는 그동안 시작조차 못했던 일을 도전하고, 완성도가 아닌 완성에 목표를 두려 한다. 그래야 이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는 그날에 ‘아...참 많은 완성이 있었네...잘 살았다...’라고 회고하게 될 것 다.   

   

완성하느라 수고 많았다     


노인정에서 나오시는 할머니 두분을 본다. 90세는 족히 넘어보이시는 두 분은 바퀴달린 보조기를 밀고 집으로 가시는 길 같았다. 문득 ‘저분들에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진다. 어쩌면 그분들이야 말로 이왕 시작한 인생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완성’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싶었다. 인생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할테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하늘이 주신 연한을 다 살아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생각해본다. 어쩌면 하늘도 우리를 맞아주시며 그저 ‘완성하느라 수고 많았다’라고 해주지 않을까...그때 우리를 맞이하는 그 하늘은 ‘완성도’에는 관심조차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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