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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아지트 Sep 13. 2023

짜장면의 주제파악 이야기

내 안의 '블루독' 이야기 5

 다시 '짜장면'의 마음이 복잡해진다. 한때는 중국요리의 대명사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가을바람 느끼며 싱숭생숭 정체성의 혼란에 사로잡힌다


'나는 왜 짬뽕처럼 빨갛지 않고 까말까?'

'나는 왜 짬뽕처럼 국물이 없을까?'

'나는 왜 이 집에서 가장 싸구려일까?'


그런 질문들이 생각에 들어오는 순간, 짬뽕과의 비교의식, 열등감, 수치심을 느낀다. 그리고는 세상의 모든 빨강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자신의 '국물 없음'에 대한 불평불만이 쌓이고, 온통 시커먼 자신을 가리고 싶어한다.


'나만 이렇게 까만 것은 아닐거야...'를 확인하고 싶어 먹물 파스타랑 단짝으로 지내려 한다. 먹물 파스타와 함께 있으면 그나마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먹물 파스타와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싶어 중국집을 탈출하여 이탤리언 레스토랑으로 간다. 하지만 그 곳에서 먹물 파스타는 참 특별하고 가치롭게 대우고 있었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 먹물 파스타는 그곳에서 스타였지만, 짜장면을 찾는 사람은 그곳에 없었다. 소외감과 슬픔에 휩싸이고 삶에 대한 의욕까지 잃어버린다. 다시 중국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는 발걸음은 너무나 비참하다. '사장님이 나를 다시 받아주실까...'불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중국집 사장님은 '잘 왔다. 네가 사라지니 손님이 반으로 줄어들었어. 어서 들어가자!' 하며 안아주셨다. 안으로 들어가니,

'엄마, 짜장면 먹고 싶어~'하며 자신을 간절히 기다리는 어린 아이, '짬짜면에서 짜장이 빠지면 너무 심심하자나...'라고 하는 청년, '짬뽕이냐 짜장이냐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데, 아쉽구먼...'하는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짬뽕은 짬뽕, 짜장은 짜장! 저마다의 맛과 색이 있지...' '나는 그냥 짜장으로 살래! 나는 그냥 만만하게 살래!!' 새로운 깨달음은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자족감, 편안함, 기쁨 그리고  자존감까지 높아진다.


'세상의 모든 색 중에서 까망색이 가장 멋진 색 아닐까...'

'중요한 자리에 갈 때 올블랙을 입는것은 멋진 색이기 때문일거야'

'나는 가격이 합리적이라서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게 된거야'

'나는 비록 칼칼한 맛은 낼 수 없지만, 나는 이대로의 내가 좋아!'


이후 짜장면더욱 탱글탱글해지고, 더욱 고소해지고, 윤기까지 더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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