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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지 Mar 28. 2020

가짜 빌 게이츠 '편지'  해프닝에 대하여


ㅡ가짜 빌 게이츠 '편지'  해프닝에 대하여ㅡ



코로나19에 대한 빌 게이츠의 메시지라는 가짜 편지가 인터넷에서 널리 공유된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모델 나오미 캠벨을 포함한 많은 유명인들이 글을 공유했고, WhatsApp을 통해 배포되기 시작했으며 소셜 미디어에서도 공유되었습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타블로이드 일간지 The Sun도 이 가짜 빌 게이츠의 오픈 레터(Open Letter)를 게재했으나, 글을 곧 내리고 오보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The Sun은 영국, 아일랜드에서 발행하는 황색언론지이다. 출처도 확인 안 한 채 빌 게이츠의 Open Letter랍시고 소개, 게재한 후, 위조물임을 알고 즉시 내렸다


The Sun은 빌 게이츠의 오픈 레터가 오보임을 사과한 후 기사를 내렸다. 원래 기사를 찾아보면 이런 화면이 나온다



“Covid-19(코로나19의 공식 명칭)는 진실로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What is the Corona/Covid-19 Really Teaching us?”)라는 제목의 이 위조된 가짜 지에는 '빌 게이츠의 아름다운 메시지'라는 그럴듯한 미사여구까지 덧붙여져 있습니다.

누가 허위 정보를 온라인으로 배포하기 시작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일종의 spoof 스토리, 혹은 패러디인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퍼지는 루머와 음모론 및 가짜 뉴스는 이제 이런 감동의 옷까지 입고 위장하여 우리를 농락하는 것 겉아 씁쓸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누군가가 번역해 인터넷에 올린 후 facebook과 온갖 블로그에 공유되어  감동의 물결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내용 자체는 그럴듯하게 감동적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강력한 감성으로 움직이지요. 그래도 빌 게이츠가 쓴 것은 아니니 명백한 가짜 뉴스입니다.

"저는 코로나19에 대해 명상을 하는 중에 코로나19가 정녕 우리에게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코로나19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문화나 종교, 직업, 재정 상태 혹은 얼마나 유명한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합니다. 이 바이러스는 어쩌면 우리가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를 평등하게 대합니다. 제 말이 믿기지 않으면 확진자인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에게 물어보십시오.

중략

코로나19는 인생이 짧다는 것과 우리가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서로 도우며 특히 노인이나 병자들을 돕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화장지 구입이 우리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물질 위주로 변했는지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는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식료품과 물, 약과 같은 본질적인 것이지, 때때로 필요도 없이 가치를 부여하는 사치품들이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중략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거대한 재앙으로 보지만, 저는 "위대한 교정자"로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잊고 살아온 중요한 교훈들을 일깨워주기 위해 그것이 주어졌고, 그것들을 배울지 말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문구들이 얼마나 감동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설사 단순한 패러디물이라 해도, 이 글을 쓴 사람은 어쨌든 빌 게이츠를 사칭해 사람들을 속인 것이니까요. 블로그뿐만 아니라 몇몇 듣도 보도 못한 언론매체에서도 출처도 확인 안 한 채 게재했는데요. 참 한심한 일입니다. 이 어이없는 해프닝을 보며, 인간이 얼마나 가짜 뉴스와 가짜 감동, 확신과 신념에 속기 쉬운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악의적인 가짜 뉴스와 루머도 모자라 이제는 감동을 쥐어짜내는 가짜까지 설쳐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거짓으로 이끄는 세력에 의해 꼭둑각시처럼 휘둘리기 쉽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옳다고 믿는 것들이 정말 그런 것일까요?



                                           ㅡ The Independent지 참조


 https://www.independent.co.uk/…/coronavirus-bill-gates-f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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