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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지 Sep 09. 2021

셀럽화가 구혜선, 솔비, 하정우


연예인이 예술가를 겸업한다는 의미로 '아트테이너(Artainer)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근래 많은 연예인이 미술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혜선, 솔비, 하정우, 하지원, 조영남, 나얼, 박기웅, 해외에서는 밥 딜런, 피어스 브로스넌, 실베스타 스탤론, 루시 리우, 조니 뎁 등 아트테이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셀럽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예술성이 있느냐, 이름값이냐 논란도 많다. 


최근에는 가수 솔비가 세계적 명성을 가진 영국의 사치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었다고 여러 언론매체에서 보도했다. 사실은 사치의 큐레이터들이 기획한 전시회가 아니라 한국인이 세운 한 전시기획사가 사치를 유료로 대관해 솔비 작품을 전시 판매한 것이다. 미술품도 여타 상업물품과 마찬가지로 판매와 거래, 유통이 되는 것이고, 이번 해프닝도 단순히 작품을 팔기 위한 상업적인 과정이었다. 언론에서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솔비 소속사의 홍보용 보도 자료에만 의거해 마치 솔비가 사치에서 전시회를 한 것처럼 대서특필한 것뿐이다. 세계일보만이 유일하게 솔비의 사치갤러리 전시회에 대해 소속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정확하게 보도했다.


특히, 서울신문에서는 한 상업적인 미술품 판매사가 세계 각국 출신 30명의 작가 작품을 아트페어(미술품을 파는 마켓)를 열어 판 것을 두고 <솔비, 세계 현대미술가 30인에>라는 낯뜨거운 타이틀로 기사를 쓰기도 했다. '세계 여러 나라 출신의 작가들'과 '세계적인 작가들'의 의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기자의 무지함,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이제는 특수층이나 부유층만 해외나들이를 할 수 있었던 시대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문화적 위상도 서구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은데...  유럽과 미국에서 어떤 수준의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했는지 큐레이터 기획전인지 단지 아트페어의 이벤트성 전시 판매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저 외국에서 뭘 했다 하니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로 추켜세우는 언론들도 참 촌스럽다 못해 한심스럽다. 


연예인들의 작품 활동을 무조건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누구나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릴 수 있고 작가활동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술계의 현재 상황은 분명 부조리한 측면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려면 상업 논리에 따르라고 주장하며 문제 제기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온 사회가 입시와 병역 문제에서는 눈을 불을 켜고 공정을 따지면서, 왜 미술에서만 유독 연예인이 실력이 아니라 이름값으로 이득을 보는 것에 대해선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걸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9091005000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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