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테러의 비열한 폭력성
ㅡ 공정성과 객관성이 없는 기분대로의 평가는 폭력이다
별점 테러 문제가 심심찮게 들린다. 어느 음식점에서 별점 테러를 당해 막대한 손해를 봤거나, 심지어 얼마 전엔 별점 평가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점주가 갑작스레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전제품 서비스를 이용할 때면 일을 마친 서비스 노동자들이 흔히 공손하게 "평점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세상은 불합리할 정도로 소비자 우선,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한다. 식당이든 뭐든 서비스의 특성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는 없다. 문제는 한 개인이 객관적, 이성적인 판단이 결여된 채 자신의 순간적인 주관과 기분에 따라 상대를 평가할 때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서비스업체 노동자들은 이런 사람들의 갑질에 속수무책이다.
요새 한 작가가 온라인 서점에 돌아다니며 다른 여성작가들의 책에 별점 테러와 악평을 달았다고 하여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예전에도 종종 경쟁 작가가 다른 작가의 책에 별점 테러를 가해 판매를 망쳐버린 경우가 있었다. 요즘도 자신들과 정치적으로 이념이 맞지 않은 책이나 페미니즘 서적에 몰려가 곧잘 이런 짓을 하곤 한다. 다행인 것은 요즘 독자들은 예전보다 훨씬 현명해져서 별점에 그다지 휘둘리지 않아 평점이 낮은 서적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군중심리에 휘둘리지 않고 각각의 독자 스스로 양서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이런 행위를 하는 걸까? 악인인가? 혹은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구불만을 온라인에서 풀려는 것일까?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일까?
이들은 특별히 사회부적응자나 정신질환자들은 아니다. 이들에게 배척과 혐오의 칼을 쥐어준 것은 인터넷의 익명성이다. 익명성 속으로 깊숙이 숨어들어, 소비자, 평가자의 위치가 부여한 권력을 누리려는 욕망을 마음껏 표출한다. 그들은 닉네임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노출되거나 들키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키보드만 누르면 아주 간편하고 쉽게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실사회에서 부와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도 인터넷에서는 무소불위 권력의 맛을 맛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고소득 전문직업인 척하기도 하고 강남에 빌딩을 가진 금수저인 척하면서 거들먹거린다. 온라인에서는 내키는 대로 신분 세탁을 해도 아무도 모른다. 현실에서 얻지 못한 욕구불만은 온라인상에서 혐오와 조롱의 욕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어낸다.
그러나 이렇듯 소비자에게 절대적인 힘을 부여한 사회는 점점 변화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고객이 폭언과 욕설, 성희롱적 발언을 하면 콜센터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다. '감정노동'의 개념이 생긴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 서점의 별점 테러도 서점 측에서 삭제해주고 있다. 최근엔 '별점 테러 금지법'이 발의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인류는 다른 영장류나 인간종과 달리 협력과 배려를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인간성을 잃지 않고 행동한다. 그러나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시기와 질투, 혐오와 배척 역시 인류의 본질적 특성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은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을 숙주로 하여 암약한다. 비록 가상공간에서일 뿐이지만 힘을 가진 위치에 있게 되면 평소보다 잔인해지고 비도덕적으로 행동한다. 현실에서 누리지 못한 권력의 맛을 타인을 혐오하고 아프게 함으로써 느끼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통한 책임지는 문화도 생각해 볼 때다. 그러나 혐오와 갈라치기 편싸움을 먹고 자라는 거대한 인터넷 포털업체와 언론이 이를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