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룬 것들

지연할 자유, 지연되는 고통

by 책 읽는 오리



끔찍이도 하기 싫은 것이 있다.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하기 싫은 것들이 있다.


나를 압박하는 것들로부터

최대한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만큼 견디며

스스로를 테스트한다.


매번 나의 인내심은 저울대에 오른다.

이번에는 얼마의 시간을 남겨놓고

얼마나 밤잠을 줄여가며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최대한 미루고 보는 사람.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비로소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나는 그렇다.

벼락치기형 인간이다.


벼락치기에도 얼마간의 좋은 점이 있다.

긴장감과 압박감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오른 듯이

솟구치는 영감과 속도로

단시간에 최대치의 효율을 끌어올린다.


어떻게 보면,

미루는 시간은

나름대로 집중력을 축적하는

고도의 저축시간이기도 하다.


나를 나로 만든

내 인생의 중심에는 ‘미루기’가 있다.

미루기를 통해 나는 오늘도

극한의 HP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군가에게 ‘힘’이 아니라 ‘짐’같은 존재가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