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은 나한테 중요한 것을 오래 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순간을 기억하지 않는다. 하루를 통째로 잊어버리면서도, 어떤 장면 하나는 이상하리만큼 오래 품고 산다. 그 장면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내가 그것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결국 기억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기억하지 않으며,
똑같은 하루를 살아도, 남는 장면은 몇 개뿐이다.
마침내 기억은 각 개인의 선별된 기록이 된다.
그럼 나는 무엇을 중요하다고 여겨왔을까?
이를테면 어제 먹은 점심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작년에 받았던 수많은 메시지들도 사라졌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 한마디, 어떤 장면은 이상하리만큼 남아 있다.
오래 남아 있는 기억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 내가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잊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때 그 순간을 귀하게 다뤘기 때문에 남는다.
기억은 저장 용량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백이다.
내가 준비한 시험에서 재차 떨어졌을 때,
응원해 줬던 사람들에게 어떤 소식도 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책 속 한 문장을 인용해 나를 위로해 줬던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책을 보며 내 마음속 문장을 발견하고 밑줄 그은 페이지가 그랬고, 설교 시간에 내 마음을 건드리는 말씀 한 구절이 그랬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장면은
그날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 순간을 소중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붙들고 있는 기억은 무엇인가.
내가 오래 기억하고 있는 것은,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혹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붙들고 살아온 건 아닐까.